얼음덩어리·눈사태 등에 갈비뼈 부러지고 탈진 거듭
작년 10월 안나푸르나 첫 도전 강풍으로 눈물머금고 하산

1997년 7월 가셔브룸Ⅱ를 오른 것으로 시작으로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 도전에 나선지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오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 대기록은 한마디로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며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선 넘나든 철녀(鐵女)=오 대장은 히말라야에 오르면서 수차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운 좋게 살아 돌아왔다. 2006년 시샤팡마 등정 길에 굴러온 얼음 덩어리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눈사태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앞서 2004년에는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밟고 내려오는 길에 탈진해 쓰러졌다가 다른 원정대에 발견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오 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잠이 드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산에서 죽기는 싫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베레스트 원정에서는 또 동료 산악인인 박무택이 로프에 매달려 숨져 있는 것을 보고도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독한 X’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7월 오 대장의 14좌 완등 경쟁자이자 좋아하는 후배였던 고미영 대장이 낭가파르바트에서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도 큰 충격이었다. 오 대장은 고 대장이 숨지기 불과 몇 시간 전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밟고 내려오면서 만났다. 주위에서는 두 여성 산악인이 세계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다 고 대장이 숨졌다며 비난의 화살을 오 대장에게 돌리기도 했다.
![]() |
“해냈다” 드디어 해냈다. 안나푸르나 원정대원과 방송센터 관계자들이 27일 베이스 캠프에서 오은선 대장이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으면서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완등에 성공하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안나푸르나=연합뉴스 |
눈과 안개로 1m 앞도 보이지 않는 화이트 아웃 현상과 초속 35∼40m의 강풍 때문에 정상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귀국한 그를 기다린 것은 앞서 그해 5월 오 대장이 정말 캉첸중가 꼭대기를 밟았느냐는 논란이었다. 일부 국내 산악인들은 오 대장이 캉첸중가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정상임을 확인하기에 불충분하고 등정 소요시간도 너무 짧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 대장은 함께 등정한 셰르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악천후로 시야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함께 등정한 셰르파 3명이 정상이라고 말해 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안나푸르나에 오르면서 오 대장과 같은 13좌를 정복한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과 일부 외신은 지난해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캉첸중가 등정 논란을 다시 끄집어내며 흠집을 내려고 했다. 파사반에게 쫓기는 상황이 된 오 대장은 지난 25일 안나푸르나 정상에 도전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강한 바람과 눈보라 때문에 다시 물러나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오 대장은 포기하지 않고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으면서 세계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준식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