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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납치' 눈감은 일본 ③] 고국에 못 가는 일본인 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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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7 01:50:37 수정 : 2010-03-27 0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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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과 단란한 가정 이뤘지만
15년 이상 혈육들 못 만나 그리움 쌓여
정신병자 취급 여전 아예 일본行 접어
“하루라도 빨리 일본 친정에 가서 부모 형제 자매들을 얼싸안고 싶은데…. 부모님 생신날만 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사카키바라 마리코(36·가명)는 시고쿠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시가 고향이다. 1995년 ‘통일교 36만쌍 국제합동결혼식’을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나 아들 둘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은 항상 일본의 혈육들을 보고픈 마음에 사무친다. 신앙심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가족의 정’이 그녀에겐 더욱 절실하다. 26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금세 탁해졌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26일 서울 통일교 본부에서 ‘일본 통일교인 납치 감금으로 인한 한국인권피해자대책위원회’ 다나카 시가코 회장이 일본인 여성들의 인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한국에 온 지도 벌써 15년이 흘렀건만 시간이 갈수록 칠순 노모의 얼굴이 더욱더 선명하게 떠올라 견딜 수가 없어요.”

그녀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연은 딱 한 가지로 통일교를 믿는다는 게 그 이유다. 그녀는 정신병 환자로 몰려 두 차례나 납치돼 감금당했다.

일본에서 큰 병원 수간호사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가 처음 감금된 것은 통일교에 입문한 지 7년여가 지난 1990년 가을이었다. “근무하는 병원 주차장에 와 있다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뛰어나갔더니, 함께 온 건장한 남자 둘이 내 어깨를 붙잡고 다짜고짜 차에 밀어넣었어요.”

그녀는 손수건으로 눈이 가려진 채 2시간쯤 달려 도착한 시골의 한 맨션에 감금됐다. 울며불며 소리쳐도 누구 하나 관심 두지 않는 일본의 관습이 그렇게 야속할 수 없었다. “10층 높이의 맨션이니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창문은 밖에서 굳게 잠겨진 고독한 공간이었어요. 그렇게 3개월가량 보냈어요. 간간이 어머니가 소개했다는 변호사 등이 찾아와 통일교회에서 탈퇴한다는 서약서를 쓰면 내보내 주겠다고 설득하더군요.”

그녀는 감금에서 풀려나야겠다는 생각에 거짓 탈회서를 써야 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1995년 이후 단 한 번도 일본땅을 밟지 못했다. “납치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부모님의 싸늘한 표정이 가슴의 못이 될 것 같아 번번이 일본행을 접었어요.”

또 다른 피해자 하세가와 요코(41·가명)는 엘리트 여성(약사)으로 1992년 3만쌍 국제합동결혼식에 참여했다. 한국에 시집온 지 16년 만인 2008년 2월 한국인 남편과 세 자녀를 데리고 오카야마(岡山) 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 어머니가 오빠와 함께 공항에 마중나와 있더군요. 후쿠오카 고향집에 가고 싶다고 떼를 썼으나 그냥 공항에서 만나자고 어머니가 우기셨거든요.” 요코는 든든한 한국인 남편과 동행하니 납치될 염려도 없었다고 했다. “오빠와 함께 나온 어머니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으나 통일교에서 나오지 않으면 고향에 올 수 없으며 앞으로는 만나지 말자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가시더군요.”

요코는 다시 용기를 내 어머니와 오빠를 설득하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 때문에 16년 만의 공항 재회는 두 시간 만에 끝났다.

그녀는 매년 부모 생신날 홀로 공항에 나가 부모 생각을 하다 돌아오곤 한다. “변호사와 가족들이 허위 감정서를 만들어 정신병자로 모는 바람에 일본에 간다 해도 은행예금을 찾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조차 어렵습니다.”

이 같은 유형으로 일본에 못 가고 한국에서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4300여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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