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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열린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시민들이 손에 하늘색 막대풍선을 들고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을 펼치고 있다. 송원영 기자 |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결승전이 열린 24일 우리나라의 우승을 염원하는 ‘10번 타자’들의 함성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서울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등 야구 중계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우리 국민은 대표팀이 펼치는 혼신의 경기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비록 연장 10회에서 3대 5로 석패해 우승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잠실야구장에 마련한 ‘한일 결승전 우승기원 공동응원 행사장’에는 오전 9시부터 입장한 응원단 8000여명이 푸른 물결을 이뤘다. 잔뜩 낀 구름에다 바람까지 불어 쌀쌀한 날씨였지만, 응원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마치 경기가 열리는 LA 다저스타디움으로 승리를 기원하는 하나 된 마음을 전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투수가 던지는 공과 타자들이 휘두르는 방망이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성이 오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 승부로 후끈 달아오른 야구장의 열기는 추위마저 날려버렸다.
특히 9회말 일본에 한 점 뒤진 상태에서 이범호 선수가 극적인 동점 안타를 때려내자 응원단은 모두 일어나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리고 옆사람을 얼싸안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연장 10회말 패배가 확정되자 응원단은 아쉬움의 탄식을 터뜨렸다. 일부 여성팬은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고, 응원단은 허탈한 표정으로 한동안 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용규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상대와 부딪혀 헬멧이 깨질 정도로 선수 모두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은 감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신모(27)씨는 “아쉽지만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대표팀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대한민국 야구팀에 경의를 표하고 앞으로 더욱 뛰어난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과 터미널에 설치된 대형 TV 앞도 응원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서울역을 찾은 박정숙(39·여)씨는 “정치·경제·사회 뭐 하나 기쁜 일이 없었는데 그래도 WBC를 보며 위안을 삼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강남터미널에서 만난 김정수(37)씨는 “얼마 전 일자리를 잃어 낙담하고 있었지만, 대표팀이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긴장한 표정으로 응원하던 선수 가족도 열심히 잘해줬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정현욱 선수의 아버지 정재환(59·서울 성동구)씨는 “졌지만 우리도 배운 것이 많지 않으냐. 다음 기회에 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을 격려했다.
선발투수 봉중근, 외야수 김현수 선수의 모교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교에선 대표팀의 우승을 기원하는 학생과 교사 등 170여명이 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열띤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았다. 누리꾼들은 태극기는 물론 임진왜란 때 일본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삽화 등 각종 사진들을 올려놓으며 승리를 기원했다. 한국의 준우승이 결정된 뒤에도 누리꾼들은 “명승부”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디 ‘한치유’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준 대한민국 대표팀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이진경·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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