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면 또 쫓아가고… 연장혈투 ‘명승부’

10회초 이치로에 통한의 안타… 승부 갈려

추신수 2경기 연속 아치 “역시 월드클래스”

“아쉽지만 잘싸웠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결승에서 3-5로 진 뒤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해준 교민과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3-3으로 팽팽하던 10회 초 임창용이 우치카와와 이와무라에게 안타를 맞아 2사 2, 3루로 몰리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니나 다를까. 임창용이 다음 타자 스즈키 이치로와의 끈질긴 승부 끝에 통한의 2타점 중전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 입장에선 10회 말 공격 기회가 남아 있었지만 모든 여정이 사실상 끝나는 순간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일본에 3-5로 진 것은 상대의 높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선발투수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말려든 게 결정적이었다. 안타 수에서 한국은 5개에 불과했고 일본은 무려 15개나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다승, 탈삼진, 방어율 1위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이와쿠마는 8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삼진 6개를 뽑았고 4안타 2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한국은 타선 침묵 속에 초반부터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2승을 올렸던 봉중근은 선발 등판했지만 공끝의 위력이 다소 무뎌졌고 투구 수도 많았다.

1, 2회 실점 위기를 힘겹게 넘긴 봉중근은 그러나 3회 초 선두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아오키 노리치카를 2루수 실책으로 출루시켜 만들어준 1사 1, 3루에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했다.

계속해 1사 만루까지 몰렸던 봉중근은 쿠리하라를 병살타로 엮어내 추가 실점은 막았지만 5회 무사 1, 3루를 자초해 결국 정현욱으로 교체됐다.

정현욱이 마운드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은 5회 말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볼카운트 1-1에서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의 3루째 몸쪽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통렬한 솔로아치를 그렸다.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에서 3점홈런을 날린 데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정현욱은 7회에 갑자기 흔들렸다. 정현욱은 무사 1, 3루에서 나카지마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2로 뒤졌고, 8회에는 1사 뒤 우치카와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한국 벤치는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실점을 막아내진 못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이나바에게 1루 베이스를 타고 넘어가는 2루타를 맞은 뒤 이와무라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점수 차가 1-3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호락호락 주저앉지는 않았다. 한국은 8회 말 이범호가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 땅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대타 이대호의 큼직한 중견수 플라이때 홈을 밟아 2-3으로 따라붙었다. 9회에는 2사 1, 2루에서 다시 이범호가 극적인 좌전 적시타를 날려 3-3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어렵게 연장으로 끌고 갔으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유해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