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2명 빼고 국내파… 세대교체 성공 큰 수확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비록 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져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세계 야구팬들에게 또 한번 한국 야구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메이저리거가 대거 포진한 일본과 베네수엘라 등 야구 열강과의 ‘전쟁’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한국 야구가 보여준 이번 활약은 김인식 감독의 말대로 ‘위대한 도전’이었다.
◆순탄치 않았던 출발=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표팀 구성에 들어갔지만 코칭스태프 구성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김인식 한화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고, 팬이 있어야 팀이나 선수, 코치, 감독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의욕적으로 팀을 꾸리기 시작했으나 현역 감독들이 코치진 제의를 거절하면서 코칭스태프 선임부터 난항을 겪었다. 게다가 투·타의 기둥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이승엽(요미우리)마저 소속팀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태극마크를 고사한 것. 또 ‘명품 유격수’ 박진만(삼성)이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팀 전력에서 빠졌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자 구단에서 그의 기용을 일일이 간섭하는 바람에 김 감독은 애를 태워야만 했다.
◆그래도 값진 수확= 대표팀은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한국 야구의 진면목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대만과 중국에 한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2라운드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은 아시아예선 순위결정전에서 이틀 전 2-14 콜드게임패를 안긴 일본에 1-0으로 깔끔하게 설욕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한국은 2라운드 들어서도 멕시코를 8-2로 이긴 데 이어 일본을 다시 4-1로 제압하며 단 2경기 만에 2회 연속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또 한국을 ‘스몰 야구’라고 얕보던 베네수엘라에겐 추신수와 김태균(한화)이 화끈한 화력 시범을 보이며 10-2로 따돌리고 결승에 선착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8명의 엔트리 가운데 26명이 국내파로 구성된 한국팀은 지난 대회 때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면서 훌륭하게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수진에는 봉중근(LG)과 윤석민(KIA)이 마운드의 새 기둥으로 떠올랐다. 봉중근은 일본과의 경기에 3차례 선발로 등판해 단 2실점으로 2승을 거둬 원조 일본 킬러 김광현이 무너진 자리를 120% 메우며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또 윤석민은 타자 전원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6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는 호투로 이름을 알렸다.
1루수 김태균은 홈런(3개)과 타점(11개)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이승엽이 빠진 한국 타선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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