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에서는 운용의 묘를 살리기도 했다. 이선희 중앙대 교수는 “조선시대 팔도 관찰사의 임기는 각 도별 특성과 맞물려 있었다”며 “함경도와 평안도는 조선 초기부터 관찰사의 임기가 2년이었지만, 경기도는 관찰사의 임기가 2년으로 늘었을 때에도 예외적으로 1년을 준거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28일 국민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개최된 ‘한국사상 관인·관직 DB의 활용과 관료제 연구’ 학술대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2005년 9월부터 젊은 학자들이 모여 연구한 성과를 중간 발표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조선시대 관료들의 재임기간 등 인사실태가 토론됐다. 조선시대 관료들의 재임기간 등을 자료로 구축해 통계 분석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주요 자료로 삼아 진행됐다. 하지만 ‘승정원일기’ 등 다른 자료로 보완할 수 있는 조선 후기와 달리, 전기는 ‘조선왕조실록’만을 자료로 삼아 자료 취합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한계 때문에 연구팀이 학술대회 발표 논문의 대상으로 삼은 주된 시기는 선조부터 현종이 재임한 17세기였다. 이근호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교수는 “17세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조선 후기를 여는 때로 관료의 인사기록 등이 처음으로 많이 남았던 시기”라며 “재임 기간 등 관료 사회의 평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도 적당한 때”라고 설명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요즘의 총리와 부총리격인 정승의 평균 재임기간은 390일, 장관에 해당하는 6조 판서는 169일, 관찰사는 355일이었다. 정승들 중 오늘날 총리격인 영의정의 평균 재임기간은 458일로 부총리격인 좌의정(357일)과 우의정(355일)보다 3∼4개월 길었다. 6조 판서의 재임 기간도 천차만별이었다. 호조판서와 병조판서는 250일, 237일이었으나 이조판서와 형조판서는 170일, 87일에 불과했다. 형조 판서직은 업무량이 많아 기피하는 사람이 많았던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선 중기에 조정의 여론을 주도하며 인사의 핵심으로 등장한 이조전랑의 평균 임기는 109일이었다. 이조전랑의 재임 기간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특히 숙종, 경종, 영조 시절 각각 44일, 27일, 53일로 짧았다. 언관이었던 삼사(사간원·사헌부·홍문관)의 하급 관원 인사권을 장악해 조정의 여론을 주도한 이조전랑의 임기가 짧은 것은 언로가 트이지 않았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하지만 이근호 교수는 “이조전랑은 관직에 제수돼 여론을 주도하다가 그 역할을 다하고는 다시 다른 관직으로 옮겨가는 관행 때문에 임기가 짧았을 것”이라며 “스스로 결정하고 임기를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만조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의 재임기간은 관료가 그 자리에 한 번 임명되고 그만둘 때까지 걸린 기간을 평균해서 얻은 수치”라며 “같은 사람이 한 자리에 여러 번 취임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으나 조선시대 인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조선시대 주요 관료의 평균 재임기간 | ||||
직 책 | 기 간 | 직 책 | 기 간 | |
영의정 | 458 | 병조판서 | 237 | |
좌의정 | 357 | 형조판서 | 87 | |
우의정 | 355 | 6조판서 | 169 | |
정승 | 390 | 관찰사 | 355 | |
이조판서 | 170 | 이조전랑 | 109 | |
호조판서 | 250 | 자료:국민대 한국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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