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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에서는 일부 도우미들을 대체하고 제품 홍보용 모니터가 배치됐다. |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경기가 불황이라고 입을 모으니, 쇼핑을 나온 이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왠지 모르게 더 싸늘하다.
지갑을 쉽게 꺼내지 않는 소비자, 하지만 이들의 쌈짓돈이라도 나오게 만들고 싶은 식음료 업계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나들이를 다녀온 후 잠깐 들러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재료거리를 찾던 과거 마트 이용 패턴이 상품을 꼼꼼히 확인하고 구입하려는 의지가 반영되면서 시간 역시 그만큼 더 필요해졌다.

심야에 잠시 찾아가면 제대로 된 제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걱정에 일찌감치 마트를 향하는 행렬이 늘어나는 것.
이날 직장인 최문종(41)씨는 “예전에는 마트가 부가적인 생활 편의시설이었다면, 경기 불황이 심각한 요즘은 싸고 값진 상품을 찾아낼 수 있는 만물시장이 된 것 같다”면서 “일정 시간을 별도로 내 가족들이 함께 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여건이 이렇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업계야말로 더 크게 ‘구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제품 판매로 발생한 수입이 줄어드니 지출되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이 인건비 절감이다. 이 때문에 마트와 쇼핑센터를 활개치던(?) 도우미들은 듬성듬성 보일 뿐이다.
실제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에서 도우미들의 모습을 예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이들 대신 이제 아이템을 소개하고 관련 CF를 방영하는 작은 모니터가 코너 곳곳에 배치돼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도우미가 사라진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녹차나 커피, 냉동류 코너다. 번들 상품으로 많이 팔려나가기 때문에 늘 패키지 제품 한켠에서 행인들에게 시음을 권해보던 모습은 줄어들고, 이제 고객들을 향한 ‘일방적인 뽐내기’가 모니터에서 연일 뿜어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도우미들이 직접 시연까지 보여줘야 믿을 만하다는 화장품류나 위생 코너는 여전히 도우미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멀티플레이어의 모습을 도우미에게 요구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한 직원은 “도우미들이 필요한 코너가 줄어들고 있어 제품 소개는 물론, 특정 물건을 찾는 손님들에게 안내도 도맡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에 따르면 지하 2층 식품이나 미용 코너 외에도 지하 1층에 위치한 장난감이나 거실용품의 위치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식음료 업계는 생존을 위한 더 맹렬한 몸부림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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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량 제품들을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코너. 사진은 크라운-해태제과 제품군. |
동일 품목을 묶어서 판매하던 번들 상품이 다양한 제품을 직접 골라서 구매하는 일명 ‘골라담기’ 형태로 진화했다. 봉지에 비슷한 가격대의 여러 제품을 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실제 크라운-해태제과는 틴틴이나 아비비, 에이스 등 가격이 700원인 제품 4가지에 하나가 더 추가돼 총 5개를 2200원이면 번들로 구입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과 코너 맨 앞에 개설했다.
이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젖히기 위한 식품 및 유통업계의 발군의 아이디어다. 이같은 상품군의 진열 위치 역시 코너 초입쪽이면서 동시에 계산대 바로 뒤란 점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줄이는 마케팅도 작용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과류와 아이스크림 등 식음료 부문에서 과거 대용량 상품 형태로 할인 판매했지만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입맛에 고를 수 있도록 소용량 제품에도 ‘골라담기’ 행사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스포츠월드 김수길 정정욱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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