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나치면 ''수면 다원 검사''를 나른한 오후 시간,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친 후 책상에 엎드려 자는 낮잠은 직장인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책상에 엎드려 편하지 않은 자세로 잠을 자다 보면 무엇에 놀란 것처럼 몸을 움찔하며 깨는 경우가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옆 사람이야 재미있겠지만 당사자는 곤혹스럽다. 도대체 이 ‘움찔’의 정체는 뭘까? 옛말처럼 키가 크려고 그런 걸까, 아니면 몸 어딘가 이상이 생긴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현상은 외부 자극에 대한 낮은 정도의 각성으로, 대부분 정상적인 신체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의학용어로 ‘입면시 반사운동’이라 부른다.
예송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30일 “수면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는 단계에서 몸이 특정 자극을 받을 때 갑작스럽게 근육이 이완되면서 움찔거리게 된다”며 “특정한 원인이 없는 한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수면은 크게 ‘졸림-얕은 수면-깊은 수면-서파의 깊은 수면-빠른 안구운동(REM 수면)’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잠의 단계가 깊어지면 근육 긴장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움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입면시 반사운동’은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어떤 자극이나 원인으로 인해 깨는 현상이다. 입면시 반사운동을 일으키는 자극에는 운동 자극과 감각 자극이 있다. 두 자극 모두 정상적인 각성 반응으로 우리 몸 내외부의 반응으로 일어난다.
“오래 자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도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요인이다. 스스로 “낮잠을 10분만 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잠을 자면서도 뇌는 끊임없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근육을 갑작스럽게 이완시켜 깨게 한다.
수면 자세도 ‘입면시 반사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 원장은 “평소처럼 누워서 자는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자세, 중력에 반하는 자세, 근육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는 자세 등으로 잠을 청하면 의식상태가 계속 유지돼 깊은 수면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입면시 반사운동’은 이처럼 대부분 정상적인 신체반응이지만 간혹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 중 작은 자극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주 깨는 사람, 자다가 ‘움찔’하는 현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람은 ‘수면 유지 장애 불면증’에 해당한다.
드물지만 경기와 경련이 수면시간에만 나타나는 ‘수면 간질’도 있다. 경기와 경련의 수준이 미미한 사람도 많아 스스로 간질 환자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자면서 규칙적으로 다리를 움찔거리는 하지초조증후군도 ‘입면시 반사운동’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뇌 속 도파민 체계가 붕괴돼 나타나는데 약물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
박 원장은 “신체의 정상적인 반응인 입면시 반사운동과 질환의 일종인 수면 간질, 하지초조증후군을 스스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6시간 이상씩 자도 피곤하거나 자다가 움찔거리는 정도와 빈도가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되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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