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명사들의 취미⑧]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관련이슈 명사들의 취미

입력 : 2006-11-13 19:53:00 수정 : 2006-11-13 19:53: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좌절 모르는 만화 주인공처럼
지리정보계 ''凹凸 발명왕'' 됐죠”
“2015년쯤이면 세계 3대 지리정보 기업 중 하나로 우뚝서 있을 것입니다.” IT 전문 기업 한국공간정보통신(www.ksic.net) 김인현(41) 대표의 자신감에 찬 말이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현재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도 GIS분야에서 최정상급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KSIC가 하는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정부 정보화 관련 프로젝트다. 2012년 전면 실시될 행정자치부 도로명 새주소 사업이 대표적이다. 진달래길, 소월길 등으로 불리던 도로를 42번가 등으로 바꾸는 대작업이다. 이밖에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정보 시스템, 국가 광물자원 지리정보망, 서울시 교통안전시설 고장처리 시스템 등 이 회사가 참여하는 사업은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많다. 2000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기간에는 최첨단 GPS(위치 추적 시스템)를 가동시켜 테러방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기도 했다.
“지리정보 하면 일반인들은 마냥 딱딱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우리 생활 깊숙이에 들어와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아무데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건물이나 지하시설물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도 곧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김 대표는 “2003년 101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도 지리정보 시스템을 활용했더라면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하에 묻힌 가스관, 상하수도관 등 시설물들의 위치와 두께, 설치 연도 등 다양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된 3차원 동영상 시스템을 통해 미리 확인한 뒤 굴착공사를 하면 아무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1998년 11월 창업한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올해 매출액이 약 13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대표 등 한양대공대 석·박사 출신들로 구성된 직원들은 기술 개발만 했지 마케팅을 몰랐다. 그러나 김 대표는 2003년 겨우 흑자 경영에 성공한 이후 3년 만에 100억대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에 그동안 업무제휴 등으로 깔아 놓은 것이 있으니 내년부터는 매출이 매년 약 2배의 속도로 뛸 것입니다.” 김 대표는 업무에 치여 살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때문에 늘 그리던 유럽 여행은 언감생심이고, 운동 낚시 등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수시로 털어 주는 친구가 있다. 어릴 때부터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던 만화다. GIS에서 만화로 화제가 바뀌자, 금세 화색이 달라진다. 급하게 걸려오는 전화도 못 들은 척하고, 즐겨 찾기의 만화 사이트들을 클릭한다. “직원들이 저의 행각을 알면 안 되는데…”하면서 빙긋 웃으며 걱정도 한다.
“저에게 만화 보는 취미가 없었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지구상의 어떤 GPS도 탐지하지 못할 곳으로 도망쳐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하하.” 그는 요즘 업무 중 틈틈이 신문사 홈피를 열어 연재만화를 본다. 하지만 주로 보는 시간은 집에서 잠들기 전 새벽의 한두 시간이다.
지금도 만화를 보면, 그림에 미쳤던 유년 시절이 떠오른다. 냉랭한 연구실에서 언 손을 불며 자판기를 두드렸다. 사무실로 찾아온 후배들에게 줄 것이 없어 벽에 풀칠할 용도로 만들었던 밀가루 범벅으로 수제비를 만들어 줬다. 그러나 쓰린 추억은 희망이 되어 용기와 열정을 더해준다. 김 대표 자신이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가 만화와 친해진 것은 어릴 적 세 들어 살던 집이 만화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주인집 아들이라는 특권으로 만화책을 헐값에 빌려봤다. 초등학교 때에는 교과서에 그림을 그렸다가 밤새 눈물을 흘리며 지우개로 지우기도 했고, “귀남(귀중한 장남)이 왜 환쟁이 연습을 해?” 하시는 아버지의 노여움에 쫓겨나기도 했다.
고교 시절에는 선생님 허락없이 학급신문에 만화를 실었다가 얻어맞은 적도 있다. 당시 김 대표의 심금을 울렸던 작품은 길창덕의 ‘꺼벙이’, 윤승운의 ‘요철 발명왕’ 등이다. “만화의 세계는 분명히 현실이 아니면서도 현실을 닮아 있습니다.” 대구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도시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GIS라는 말이 낯선 시절인데도 미래를 보고 과감히 관련 회사를 차렸다. 친구 4명이 한양대 보육센터에 방을 얻었다. 사무실은 얼음장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그때 발명왕이 생각나더라고요. 아빠 몰래 지하실에 연구소를 차려 놓고, 학교가 파하면 연구에 열중하지만 발명은 안 되고 아빠한테 혼나기만 하잖아요. 그런데도 주인공은 절대 좌절하지 않고… 얼마나 재미있어요?”



만화를 보면 웃음이 나오고, 용기가 생겼다. ‘맹꽁이 서당’ ‘말썽도령 알봉이’ ‘탐험대장 떡철이’ ‘초능력 소년 굼봉이’ ‘꼴찌와 한심이’ 등 윤승운의 작품도 줄줄이 꿰고 있다.
요즘 좋아하는 만화가는 경주고 선배인 이현세다. 그밖에 허영만, 박봉성 등의 작품도 즐겨 본다. 눈물 질질 짜는 순정만화는 안 본다.
“군대 가기 직전에 본 이현세의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는 큰 감동을 주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중국과 미얀마 등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조국애는 많은 꿈을 안겨 줬습니다. 어느 명작 소설보다 진한 감동이었죠.”
그가 만화가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천국의 신화’ ‘공포의 외인구단’ 등을 그린 이현세는 선이 굵고 남성적이다. 기운 빠져 있을 때 보면 힘이 솟는다.
최근 영화 ‘타짜’의 원작자로 더 유명해진 허영만은 스포츠·정치·문화·기업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다. 묘사가 매우 섬세하다. 자동차 판매원의 애환을 그린 ‘세일즈맨’, 일제 시대에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일본군을 고독한 영웅이 나서서 통쾌하게 혼내주는 ‘각시탈’ 등은 김 대표의 버거운 청춘 시절을 위무해주던 명작들이다. 서른살쯤에 봤던 한희작의 성인 만화나, 산업스파이 등을 다룬 박봉성의 기업 만화도 잊을 수 없다. 특히 최강타라는 인물을 통해 지난 80년대 소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20세 재벌’이 기억에 남는다.
“실현될지 모르지만, 회사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올려놓은 다음, 어릴 적 꿈인 만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설령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꿈이 있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김 대표에 의하면,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국토를 개발만 해 왔는데, 이제는 제대로 관리할 때에 이르렀다고 강조한다. 중앙정부 뿐 아니라 각 지자체도 지리정보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다가왔다. KSIC의 미래가 한층 밝은 이유다. 각 단체가 GIS 시스템을 한번 도입하면 시스템 변경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경주, 이천, 파주 등 적지 않은 지역에서 이 회사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 영역 확대에 힘입어 깐깐하기로 소문난 산업은행으로부터 최근 25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3500만원을 털어 7평짜리 방에서 시작된 회사가 10여년 만에 수백억원을 주무르는 튼실한 기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만화를 좋아하고 아직도 만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은 김 대표의 꿋꿋한 정열과 꿈이 무르익고 있다.
글·사진=이두영 객원기자 alps220@naver.com


김인현 대표는?

▲1968년 경주 출생
▲대구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한양대 도시공학과 석사, 박사 수료
▲98년 11월 한양대 보육센터에 지리정보 회사인 ‘한국공간정보통신’ 법인 설립
▲2005년 중소기업진흥청 ‘3월의 아름다운 중기인’에 선정
▲2006년 매출 130억 예상. 직원 170명. 최근 일본에 300억원대에 기술 수출을 했고, 중국 흑룡강성에도 진출해 중국 현지에서 솔루션 개발과 수출을 하기로 계약을 맺음.

<스포츠월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