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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 펠트(wool felt)는 양모의 엉겨붙는 성질을 이용해 따뜻한 비눗물로 문지르고 말려서 모자와 머플러, 징식품 등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핸드메이드 양모펠트’(넥서스 북스)를 펴낸 섬유디자이너 김희진씨는 “양모 펠트의 가장 큰 매력은 만들기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라며 “가볍고 따뜻한 소재인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양포 펠트는 양모 고유의 ‘엉겨붙는 성질’을 이용한 공예다. 양모 표면에는 수만개의 비늘이 있어서 열, 습기, 마찰이 가해지면 비늘끼리 서로 단단히 엉겨붙는다. 다른 옷감은 기기에 실을 걸고 씨줄과 날줄로 짜는 것이지만, 양모는 넓게 펴서 간단한 가공만 하면 손쉽게 원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가공은 따뜻한 비눗물만 있으면 된다. 양모를 적당한 크기로 뜯어내 사각형이나 삼각형의 도안에 맞게 몇 겹으로 깔아 준 뒤 망사로 감싼다. 그런 다음 따뜻한 비눗물(섭씨 40∼50도) 에 적시며 망사로 싼 양면을 비벼주면 양모 펠트가 완성된다. 양모 펠트의 ‘펠트’가 부직포(不織布), 즉 ‘짜지 않고 만든 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처럼 만드는 방법에서도 나타난다.
기초적인 양모 펠트는 초보자도 1∼2시간만 배우면 스스로 해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나 초보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 지점이다. 김희진씨는 “처음 만들 때는 자신의 펠트가 어느 정도 제대로 됐는지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형태가 제대로 안 나오거나 양모를 고르게 깔지 않아서 두께가 제멋대로인 경우를 특히 조심해 한다“고 조언했다.
양모의 엉기는 성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양모가 엉기는 과정에서 다소 수축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양모를 깔 때는 일반적으로 도안보다 0.5∼1cm 정도 넉넉하게 해준다.
마찰하는 시간이나 강도가 지나치면 펠트화가 너무 진행돼서 부드러운 질감도 사라지고 표면에 주름이 생긴다. 비눗물은 양모가 엉겨붙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가공이 끝난 뒤에는 식초를 넣은 물로 헹궈 내야 한다.
비누의 알칼리성을 식초의 산성으로 중화시키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비누 성분이 남아서 양모가 계속 엉기고 질감을 떨어뜨린다.
양모 펠트 공예에는 니들(바늘) 기법도 있다. 마찰을 이용해 작고 입체적인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양모를 조금씩 뜯어 손으로 둥글게 말아서 바늘로 뭉치를 콕콕 찌르며 모양을 만든다. 이후 양모 펠트용 5구 바늘(바늘 5개를 둥글게 모아 놓은 형태)로 둥글게 만든 양모를 촘촘하게 찌른다.
바늘 표면에 있는 요철이 마찰을 일으켜 양모가 엉겨 붙는다. 니들 기법은 넓은 펠트 원단에 둥근 펠트를 붙일 때도 사용된다.
양모 펠트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지만 유럽의 영국, 독일과 아시아 몽골 등 전통적 양모 생산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옷감으로 널리 사용돼왔다.
일본에서 5∼6년 전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의류학 및 예술 작품 소재로 인식돼다가 1∼2년 전부터 일반인들의 취미와 공예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김희진씨는 “주부들이 간단히 시작할 수 있는 부업으로 권할 만하다”며 “발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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