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감각 절정… LPGA 사상 첫 대기록 기대

그랜드슬램은 보통 4대 메이저 대회 석권을 일컫는 용어다. 여러 스포츠 중 골프에서 가장 빠른 1930년부터 사용됐다. 평생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를 한 번 이상 제패하는 것을 ‘커리어(career) 그랜드슬램’이라 부른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휩쓰는 것을 의미한다.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 이어 US오픈까지 올해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차례로 우승한 박인비는 브리티시오픈(8월 1∼4일)에서 정상에 오르면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골프에서 4대 메이저대회 체제가 확립된 이래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는 남자 골퍼 보비 존스(미국)뿐이다. 존스는 1930년 US오픈, 브리티시오픈, US 아마추어, 디 아마추어 등 4개 대회를 휩쓸었다. 그러나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출범한 1934년 이전 기록이라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여자부 4대 메이저 대회 중 현재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US오픈은 1946년부터, LPGA챔피언십은 1955년부터 시작됐다.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은 1983년 생겼다. 웨스턴오픈(1930∼67년),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1937∼42년, 1946∼66년, 1972년), 듀 모리에 클래식(1979∼2000년)에 이어 2001년부터 브리티시오픈이 4대 메이저대회로 대접받고 있다.
루이스 서그스(미국)가 1957년 처음으로 4대 메이저 대회를 정복한 이래 2003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까지 역대 6명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그러나 여자 선수 중 누구도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지는 못했다. 미국의 베이브 자하리아스, 샌드라 헤이니가 각각 1950년과 1964년 그해 메이저대회에서 모조리 우승했으나 당시 메이저대회는 3개, 2개에 불과했다. 4개를 충족해야 하는 현대적 의미의 그랜드슬램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부터 에비앙 챔피언십(9월12∼15일)이 메이저 대회로 격상돼 5대 메이저 대회 체제에 접어들면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의 정의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해야 하는지, 4개만 제패해도 기록을 인정받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박인비가 에비앙 챔피언십보다 전통 있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면 이견의 여지가 없다. 브리티시오픈을 아쉽게 놓치더라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면 이것 또한 캘린더 그랜드슬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인비가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웃을 확률이 높다. 올해 LPGA 투어에서 평균타수 1위(69.64), 평균 퍼트 2위(28.43), 그린 적중률 대비 평균 퍼트 수 1위(1.702)를 달리며 우승의 향배가 결정되는 퍼트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 84위(247.59야드), 드라이버 정확도 55위(72%)는 중위권이나 정교한 아이언 샷을 바탕으로 높은 그린 적중률(72%·17위)로 만회하며 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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