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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與非野' 준엄한 민심… 정치 '판'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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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27 02:53:49 수정 : 2011-10-27 02: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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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 이후 정국
미소 짓는 안철수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주민센터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학에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이들이 정치권에 대거 진입한 1990년대 시절,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다. 한나라당의 전신 민정당은 변화를 거부했지만 우격다짐으로 당권을 승계한 ‘감의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변화를 수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빨갱이’이라고 지탄받던 골수 운동권까지 여당으로 흡입하면서 당의 스펙트럼을 ‘과격하게’ 확장했다. 보수당이 전례없이 변화를 선도한 셈이었다.

그러나 정치공학적으로 무늬만 변화의 흉내를 냈을 뿐 당 운영방식이나 당지도부의 리더십이 시대에 맞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 기득권 세력으로 간주된 여당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정권교체를 이룩한 민주화 세력들은 우향우했던 한국의 좌표를 왼쪽으로 많이 옮겨 놓았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시민운동가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다. 10·26 재보선은 20년 만에 한국 정치권에 몰아닥친 두 번째 대형 지진이다. 차이는 민주화 운동가를 발전적으로 극복한 시민활동가들이 무대에 오른 점이다. 이들은 화염병 대신에 민주주의와 복지확대, 시민참여라는 무기로 시민사회에 파고들었고 그 결실을 이제 맺고 있다.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이 다시 용틀임한다는 상징적 신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진보진영 야당의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그를 병풍처럼 둘러싼 장면은 시사적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념에 젖은 박근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한 박근혜 전 대표가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2주기 추도식에서 고개 숙여 상념에 젖어 있다.
이재문 기자
시민운동가가 주빈이고 정치인은 들러리가 됐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고 ‘청춘콘서트’나 하던 안철수 교수에게 국민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는 상원의원 초선이라는 일천한 정치경력에도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오바마는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의 몰락에 좌절하는 미국민의 분노에 공감하고 변화욕구를 선점했다. 그 역시 시민운동가 경력을 갖고 있다. 박원순과 안철수는 오바마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10·26 재보선은 ‘반여비야(反與非野)’ 세력이 한국정치의 헤게모니를 잡는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성 정당의 설 자리는 크게 좁아졌다. 민주당은 그나마 야권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몸부림친 이력이라도 있다. 한나라당은 초식공룡처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즉흥적이고 한건주의적인 당리더십, 개혁과 감동이 전무한 후보 선출 과정, 옛날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선거 운동, 맨날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구시대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국회 대정부 질문시간을 온통 선거용 네거티브 발언으로 일관한 한나라당에 변화를 주도할 힘과 명분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맞아 정계개편의 대상이 되거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홍준표 당 대표와 지도부의 줄사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도부 퇴진 이후 비상중진 회의체제로 갈지 곧장 총선 선대위 체제로 넘어갈지, 논의가 질서 있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2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왼쪽)가 휴대전화로 뭘 보여주자 홍준표 대표가 쳐다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홍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 투표 후 “한나라당은 (어쩔 수 없이) 대변혁을 해야 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접수, 당을 완전히 바꾸는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보수층의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고 민생정치를 구현할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나라당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변화를 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도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전히 권력투쟁적 시나리오만 읊조리고 있다. 총선공천을 앞두고 계파 간 사활을 건 내부투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 박 전 대표는 재보선에 뛰어들면서 “반성의 정치”를 표방했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실행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교수와 간접대결에서 그도 상처 입은 호랑이가 됐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둬 더욱 뼈아프다. 무엇보다 위기를 인식하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리더십의 부재가 가장 심각하다.

백영철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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