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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잊혀진 ‘그들’… 민간인 희생자

입력 : 2009-06-25 09:14:05 수정 : 2009-06-25 09: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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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가족잃은 유족들 ‘6·25’에 더 소외
군·경 학살 50여년간 ‘쉬쉬’… 진실 땅속에 묻혀
“무고하게 사라진 넋들 이젠 명예회복 해줘야”
#1. 1950년 9월27일 충남 서산군 서천등기소의 창고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당시 서천등기소는 좌익세력에 장악된 상태였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진 북한 노동당에서는 서천지역 우익세력 소탕 지시를 내렸다. 이에 좌익세력은 우익인사 240∼250명을 창고에 감금한 뒤 창고 벽에 불을 질러 집단 살해했다.

#2. 50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산·태안 지역에서는 무려 186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동안 총성은 끊이지 않았고, 주검은 날마다 늘었다. 이들은 인민군 점령기 부역혐의자로 몰려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즉결 처형됐다. 특히 경찰이 좌익세력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의 유가족 및 우익단체가 주축인 치안대를 연행·취조 등의 과정에 개입시켜 무고하게 처형된 민간인이 많았다.

서천등기소 학살사건 때 아버지를 잃은 박성열(70)씨나 서산·태안 사건으로 형 2명을 떠나보낸 명장근(78)씨가 6·25전쟁일을 맞는 마음은 한결같다. “무고하게 희생되고서도 60년간 없는 존재와 같던 그들에게 국가가 이제라도 명예회복을 해줘야 한다”는 바람이다.

해마다 6·25전쟁일을 앞두고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개최하는 각종 행사를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참전용사 초청이나 위문공연, 전몰장병 추도식 등은 이들에게 소외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당시 인민군·중공군·좌익세력에 집단 학살당한 사람과 우리 군·경과 미군 등에 의해 숨진 희생자의 유족은 가해자가 다르지만 심정은 매한가지다.

민간인 희생자 유족은 동족을 학살하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진실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적 망각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명씨는 “인권, 평화, 화합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사과와 용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달까지 처리한 1만여건 중 6·25전쟁 전후 발생한 민간인 학살사건만 9000여건일 정도로 곳곳에 아픔이 남아 있다. 특히 군·경에 의해 희생된 사건은 50년 이상 모두가 쉬쉬해 오다 뒤늦게 문제가 된 탓에 전체 사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6·25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는 분단과 좌우 대립의 역사에서 잊힌 존재였다고 지적한다. 최근 진실화해위가 역사적 실체를 벗겨내고 있지만 진실규명까지 길은 멀기만 하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0여개의 민간인 희생자 매장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유해 발굴사업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발굴된 유해도 안치할 시설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

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은 “위령시설과 사료관을 만들고 교과서에 관련 사실을 명기해 교육해야 한다”며 “잘못된 공권력 집행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생겼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최상의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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