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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공소장에 검언유착 의혹 규명 ‘스모킹건’은 없었다

입력 : 2020-08-10 22:14:50 수정 : 2020-08-13 15: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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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4쪽 분량 입수 분석
前 채널A기자·한동훈 검사장 간 공모관계 뚜렷하게 적시는 못 해
강요미수 행위 전후 통화만 확인… 카카오톡 등 327차례 연락 파악
무슨 대화 나눴는지는 조사 못해… 재판부 첫 공판기일 26일로 지정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과 ‘권언유착’ 의혹이 동시에 제기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공소장에는 검찰과 언론의 범죄 공모 혐의를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은 본문 24쪽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이동재(35) 전 채널A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를 피고인으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는 피해자로 하는 공소장을 작성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언급해 이 전 대표 등으로부터 유시민 등 여권 거물급 인사에 대한 비리 정보를 진술토록 해 단독 보도를 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채널A 법조팀 기자들이 함게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이런 취지의 취재 목표와 방법을 공유했다.

 

공소장에는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의 공모 관계가 뚜렷이 적시되지 못했다. 한 검사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범죄의 공모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백 기자와 지난 2월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 방문해 한 검사장과 대화를 나눈 것에 더해 3월 10일과 20일 한 검사장과 통화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행위 전후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 통화가 무슨 내용인지는 파악해 공소장에 담지 못했다.

 

이 전 기자는 3월 13일 사건 제보자 지모씨에게 검찰 고위층과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이라며 녹취 파일을 들려줬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한 검사장일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 통화 대상자가 한 검사장이라는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다만 이 전 기자가 1월부터 3월까지 한 검사장과 통화 15회,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등 327회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적시했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연합뉴스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이 등장하는 장면은 다섯 차례다.

 

첫 번째로 이 전 기자와 백 기자는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 방문해 한 검사장과 신라젠 수사 관련 대화를 나눴다. 한 검사장은 이때 신라젠 사건에 대해 “주가 조작의 차원이다”라는 취지로 말했고, 유시민 수사를 위해 취재하고 있다는 이 전 기자의 말에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해볼 만하지”, “그런 거 하다가 한 두 개 걸리면 된다”는 취지로 대꾸했다. 이미 공개된 녹취파일과 같은 내용으로 한 검사장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한다.

 

이후 3월 10일 이 전 기자가 후배인 백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도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보이스톡 통화를 한 점을 명시했지만, 통화가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못했고 다만 약 11분간 통화를 했다는 내용만 공소장에 담았다.

 

공소장에는 또 이 전 기자가 3월 13일 지씨에게 검찰 고위층(한 검사장 추정)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유시민 비리를 제보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수사팀과 연결시켜주겠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정의 모습. 뉴스1

이 전 기자는 3월 20일 한 검사장과 약 7분쯤 통화를 했는데, 검찰은 이를 이 전 대표에 대한 취재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접촉한 것으로 봤다. 통화를 한 뒤 약 20분 후 이 전 기자는 백 기자와 “한 검사장이 (다리를) 내가 놔줄게. 내가 직접, 아니다, 나보다는 범정이 하는 게 낫겠다”는 취지로 통화한다. 이 대목은 한 검사장의 공모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지만 이 전 기자가 실제 한 검사장과 통화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정황증거에 그칠 뿐이다.

 

검찰은 3월 22일 백 전 기자 등이 지씨에게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가지, 한 배를 타는 건데, 연결해줄 수 있지, 제보해’라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을 들려주면서, “윤석열 최측근, 한 머시기라고 있어요”라고 말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았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실제 이 통화가 한 검사장의 음성인지가 적시되지 않았다.

 

공소장에는 이밖에 이 전 기자가 수감된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한 5통의 편지 내용도 자세히 담겼다.

 

결국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관건은 압수돼 포렌식 절차에 들어간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에서 이 전 기자와의 공모 정황이 나오느냐 여부에 달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이 사건 첫 공판기일을 이달 26일로 지정했다.

 

김청윤·이도형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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