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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불편한 몸에… 자녀 돌보며 가정일 이중고 호소

입력 : 2017-08-20 19:01:01 수정 : 2017-08-22 1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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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로 본 여성장애인 고충… 가장 필요한 서비스 1위 ‘가사도우미’ / “실태조사 허점… 현실 반영 못해” 지적
우리나라 여성장애인의 모성권 현황과 관련, 정부는 장애인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1990년 처음 시작된 이 조사는 전국 장애인에 대한 심층면접조사를 토대로 장애인의 다양한 생활과 복지서비스 이용 실태 등을 파악, 장애인복지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5년 주기로 진행되다 2005년부터 3년 주기로 바뀌어 2014년까지 7차례 이뤄졌으며 올해 8차 조사가 진행 중이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여성장애인들은 임신·출산·양육 단계에서 심적인 부담과 어려움이 상당했다. 만 49세 이하 여성장애인 10명 중 7명이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임신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녀가 장애를 가질 것에 대한 두려움’(28.5%)을 1위로 꼽았다. 이어 ‘자녀양육을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워서’(13.8%), ‘병원비 등 돈이 많이 들어서’(11.9%), ‘집안일 하기가 힘들어서’(10.1%), ‘병원 다니기가 힘들어서’(6.6%), ‘출산과정에 대한 두려움’(5.9%) 등이었다. ‘어려움이 없었다’는 응답자 비율은 16.1%에 불과했다.

산후조리 조력자는 친정식구(47.5%)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시댁식구(18.2%), 남편(14.3%), 산후조리원(10.1%), 산후도우미(7.7%), 복지기관(1.2%) 등 순이었다. 10명 중 8명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존해 산후조리를 한 것이다. 여성장애인들에게 임신·출산·양육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서비스 1순위를 물은 결과, 가사도우미(12.8%)에 이어 자녀양육 지원(11.7%), 출산비용(11.7%)과 활동보조인(9.9%) 지원, 관련 정보 제공(9.3%), 건강관리프로그램(7.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출산 쪽에 치우친 정부의 여성장애인 모성권 보호 지원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보고서 역시 “장애여성인들이 장애로 인한 가사 및 자녀 돌봄 수행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공적 영역에서의 사회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실태조사가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정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은 “(장애인인 나도) 지금까지 한 번도 ‘장애인 실태조사’ 응답자가 된 적이 없을 만큼 조사결과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며 “특히 장애인 당사자의 내면적인 고통을 묻지 않는 등 정작 장애인들이 관심 갖는 것과 실태조사의 초점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유산 경험 여부를 물은 뒤 있으면 왜 유산했는지만 묻고 마는 등 대부분 조사 문항이 그렇다는 것이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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