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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헌법상 모성권보호 말뿐…홀대 받는 여성장애인들

입력 : 2017-08-20 19:00:55 수정 : 2017-08-22 10: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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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편견·출산지원책 미비 / 여성 정책 비장애인에 초점 / 전국 장애인 친화병원 13곳 / 공공산후 조리원도 4곳 그쳐
헌법 제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우리 헌법은 여성들의 모성권(母性權) 보호를 위해 국가 책임이 막중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예산 수십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계속 낮아진 데서 보듯 현실은 헌법정신과 거리가 멀다. 근로 현장에서의 모성보호와 일·가정양립 지원 제도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탓이 크다. 특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인 여성장애인들의 모성권 침해 실태는 심각하다. 주요 여성정책의 초점이 비장애인 여성 중심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헌법은 물론 장애인인권헌장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각종 법률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권리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빈약한 의지’와 ‘정책적 홀대’, 장애인 등 소외·취약계층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 의식이 빚어낸 결과로 지적된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여성장애인은 모두 105만3000여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41.9%다. 이 중 가임기(만 15∼49세) 여성이 17만 9000여명(17.0%)이다. 장애여성계에서는 매년 2000명 안팎의 여성장애인이 출산을 하지만 열악한 모성권 보호 환경 때문에 감소 추세일 것으로 본다. 

실제로 여성장애인은 임신 전부터 임신 기간, 출산과 양육 과정 등 전 생애에 걸쳐 비장애인이라면 겪지 않거나 덜했을 고통에 신음할 때가 많다. 사회적 편견과 지원 시스템 미비로 정보·의료 접근권이 매우 제한적인 데다 변변치 못한 지원책마저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흔해서다. 취재팀이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여성장애인 친화(거점) 병원은 고작 13곳, 공공산후조리원도 5곳뿐이었다. 또 장애인 임산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의료기관과 섭취 가능한 약물, 임신·출산·육아 정보, 장애유형별 맞춤형 주의사항과 장애 유전 가능성 고지 여부 등과 관련해선 전북을 뺀 16개 시도가 현황 파악조차 안 돼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산모 수가 적다고 모성권 논의가 비장애 여성 위주로 되면 안 된다”며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임신 장애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제정 2년 만인 오는 12월30일 시행되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모성보호 등 여성장애인의 건강보건관리 지원사업을 적극 시행하고,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 등을 담당하는 의료인이 관련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제가 아닌 임의 조항이 많고 인프라 마련에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는 탓에 법이 선언적 차원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큰 틀에서 법적인 체계는 (잘) 갖췄지만 (협력이 필수적인) 민간기관의 세부 인프라가 취약하다”며 “그런 부분도 미리 점검해 개선하고 지역에 따른 서비스 편차가 없도록 설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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