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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非장애 산모보다 출산 비용 부담 큰데 … 지원금은 ‘찔끔’

입력 : 2017-08-20 19:01:16 수정 : 2017-08-22 10: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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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진 정부·지자체 / 장애인 가구 대부분 소득수준 낮고 종합병원 이용 많아 의료비 더 들어 / 정부, 임신 女장애인 100만원 지급… 그마저도 홍보 부실 탓 집행률 낮아 / 지자체, 관심도·재정 따라 ‘천차만별’… "모성권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게 문제" 정부의 장애인 지원 정책은 생계비 지원 등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199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1998년부터는 부처별로 시행 중이던 장애인복지사업을 총망라해 5년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지원 규모도 확대됐지만 여성장애인 쪽은 상대적으로 더 소외됐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여성장애인을 위한 출산지원금은 2012년이 돼서야 ‘찔끔’ 내놓은 데서 알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대부분 여성장애인의 모성권 보호를 위한 철학과 의지가 없어 지원책 자체가 부족하거나 부실한 실정이다.

◆여성장애인 출산지원, 100만원만 주면 끝?

중앙정부 차원의 여성장애인을 위한 모성권 지원 대책은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아이를 낳은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비용 태아당 100만원을 지원키로 하고, 2012년부터 출산한 1∼3급 여성장애인에게 100만원을 준 뒤 2015년부터 6급 여성장애인으로까지 대상자를 확대했다. 올해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예산은 모두 18억원(국비 12억원, 지방비 6억원)이다. 하지만 장애인 가구가 비장애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반면 장애인 임산부의 경우 종합병원 이상의 상급 의료기관 비율이 높아 의료비 부담이 큰 점 등을 감안하면 출산지원금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홍보 부실과 ‘신청주의’ 탓에 상당수 장애인 산모가 혜택을 못 받는 것도 문제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에 따르면 2012∼15년 4년간 출산지원금 대상자 4582명 중 2936명(64.1%)만 출산지원금을 받았다. 2015년만 해도 총 사업예산은 14억2600만원으로 편성됐다가 7억7900만원(54%)만 집행됐다. 권 의원은 “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도입한 게 출산지원금 사업인데 지원금이 턱없이 적고 해마다 상당수의 대상자가 그런 게 있는지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여성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출산지원책에 인색할뿐더러 시행 중인 사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장애인이 정책적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구성원만 봐도 위원장인 대통령부터 정부위원 14명, 민간위원 9명 중 장애인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얼마 전 발표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및 종합지원체계 도입 추진만 명시됐을 뿐 모성권 보호 등 여성장애인 관련 내용은 없었다. 복지부 노정훈 장애인서비스과장은 “시술 장비 등을 갖춘 여성장애인 전문 산부인과 등 (정부가) 지원해야 할 내용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예산과 연결된 부분이 많아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여성장애인 지원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지원사업도 제각각이거나 없거나…

출산지원금 외에 장애인 대상의 산모·가사 도우미와 활동 보조인 지원 제도 등이 있지만 지자체의 여성장애인에 대한 관심도와 곳간 사정 등에 따라 실효성이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양육 지원 조례’를 두고 자체 예산으로 여성장애인 산모의 양육지원을 돕는 ‘홈헬퍼 사업’을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전남도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꼴찌임에도 같은 조례를 제정하고 목포와 순천, 여수 등 도내 4곳에 여성장애인 임산부를 위한 거점 산부인과를 마련하는 등 여성장애인 모성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반면 해당 조례를 제정한 경기도와 대전시를 비롯해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위한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대책이 없다시피 한 광역지자체도 많다.

또 광역·기초 지자체 할 것 없이 대부분 여성장애인 친화적인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현황, 임신·출산·양육과정에서 맞춤형 정보 등 여성장애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영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성장애인의 모성권 보호를 위한 정책이 세부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고 관련 교육도 받지 못해 업무 담당자가 지원방법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출산 후 가사도우미 지원이나 신생아·산모 건강관리사업 역시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여성장애인에게 출산도우미를 지원하지만 본인부담금이 있는 데다 도움 받는 기간이 짧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와 지자체가 모성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게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여성장애인 모성권 증진을 위한 임신·출산 지원 정책 연구’에 따르면 모성권은 단순히 임신·출산·양육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임신·피임의 자기결정권부터 출산 통제 및 선택권, 안전한 임신 출산, 친권· 육아권 등을 포함한다.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모성권은 청소년기부터 인정받아야 할 권리인 만큼 여성장애인에게도 생애주기와 장애유형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편하게 받도록 해주는 지원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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