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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의료접근권 해소’ 선도 병원 가보니

입력 : 2017-08-21 19:07:33 수정 : 2017-08-22 10: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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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점 산부인과 ‘미즈아이병원’/아이와 같은 공간서 진료 모자전문병원/일반 접수대 옆에 별도 접수실 운영 눈길/전동식 검진대·휠체어용 체중계 등 갖춰/의료진 등 직원 모두 장애 이해교육 받아
아직은 장애인 친화적인 의료 환경과 거리가 한참 먼 대한민국이지만 여성장애인의 모성권 등 장애인 건강권 보장에 관심을 갖고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와 ‘무장애 병원’을 운영하는 지역도 있다. 이들 병원은 서울과 호남권 몇 군데에 불과하고 무결점의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애인 의료접근권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병원들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11일 전남 목포시 백년대로에 있는 미즈아이병원 2층의 진료접수·수납창구 바로 옆에(사진 왼쪽) 장애인 전용 진료 접수실이 마련돼 있다.
목포=특별기획취재팀
◆미즈아이병원, 지역사회 협력 모델


지난 11일, 전남 목포시 백년대로에 위치한 미즈아이병원은 오전부터 임산부와 어린이 환자, 보호자 의료진으로 붐볐다. 보건복지부 지정 ‘모자전문병원’(산전 관리부터 출산 이후에도 엄마와 아기가 같은 공간에서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답게 중소도시 민간병원으로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산후조리원, 임산부 문화센터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9층짜리 병원이다.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몇 걸음 앞에 접수·수납창구가 보였다. 일반 접수대 바로 옆에 장애인을 위한 진료접수실을 따로 둔 게 눈에 띄었다. 휠체어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접수대와 혈압 측정기 등을 마련해 예진까지 가능했다. 장애인이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조치다. 접수처와 가까운 진료실과 바로 윗층의 분만실에는 높낮이와 좌우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전동식 검진대와 수술대, 휠체어용 체중계가 있었다. 또 검사·분만과정에서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고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는 여성장애인을 위해 무게가 가볍고 휴대할 수도 있어 1대에 7000만원이나 하는 이동식 초음파 장비도 대기 중이었다.

7층에 있는 10여개의 입원 병실 중 2개는 장애인 전용 병실로 꾸몄다. 실내와 화장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고, 침대에는 욕창방지용 에어매트리스를 깔았다. 병실 출입문 초인종 소리를 못 듣는 청각장애인 산모를 위해 초인종이 눌리면 깜박거리는 등도 설치해 놨다. 병원 관계자는 “병실 개조 과정에서 장애인편의시설 전문가의 검토를 거쳤다”며 “공간이 넉넉하고 편리해 장애인이 이용하지 않을 때는 비장애인도 애용한다”고 말했다.

미즈아이병원이 이런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은 지난해 6월. 전남도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아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가 된 이후다. 전남지역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전남도와 의회, 전남여성장애인단체, 자비(2000만원)까지 들여 선뜻 동참한 병원 측이 합심한 결과다. 이 병원은 의료진 등 직원 모두가 장애 이해교육을 받고 지금까지 산모 42명을 포함해 112명의 여성장애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목포 시민 A씨(지체장애 1급)는 “의료진의 장애 이해도가 비교적 높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잘 갖춘 미즈아이병원 덕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진료를 받았다”고 호평했다.

강용필(53) 원장은 “출산을 원하는 여성에게는 인생 전반에서 아주 중요한 선택이고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한 불편한 게 없도록 해야 한다”며 “예산이 좀 지원되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면 장애인의 의료접근권 문제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목포와 순천에 이어 올해 여수와 강진에도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를 열었다. 
지난 11일 전남 목포시 백년대로에 위치한 미즈아이병원 3층 분만대기실에서 병원 관계자가 장애인 임산부를 위한 이동식 초음파 검사장비를 작동시키고 있다.
목포=특별기획취재팀
서울의료원 중증장애인 검진센터의 ‘무장애’ 시설 모습. 서울의료원은 전동 휠체어가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복도를 넓히고 장애인용 체성분 분석기, 검진용 침대, 엑스레이 등을 설치했다.
서울의료원 제공
◆서울의료원, 무장애 인프라 구축


지난 17일 방문한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서울의료원은 입구와 로비, 복도 등이 넓어 전동휠체어 여러 대가 다녀도 거리낄 게 없어 보였다. 장애인 내원객 전용 접수처도 있어 대기시간을 줄였다. 서울시가 법인을 세워 위탁운영하는 서울의료원은 누구든 병원 시설 이용에 불편함이 없게끔 ‘무장애 병원’을 지향하며 서울의 유일한 중증장애인 검진센터를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병원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서울 동북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졌던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2월 서울 거주 중증장애인 중 정기건강검진 무경험자가 52.9%라는 통계를 보고 무장애시설화를 선언했다. 이후 수억원을 들여 출입구와 바닥재, 출입문 등 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장애인용 체중계와 체성분 분석기, 검진용 침대 등을 구입해 장애인 편의성을 확대한 다음 지난해 4월 센터를 재개장했다.

덕분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검진센터의 장애인 검진실적은 2015년 312건에서 지난해 467건, 올 6월 현재 288건으로 급증 추세다. 다만 여성장애인 분만 실적이 없어 아쉽다. 의료시설 개선 못지않게 수요자에 대한 홍보 중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서울의료원의 대변신에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박마루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은 “그동안 검진기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장애 특성에 맞는 시설 및 장비가 부족했던 장애인들이 서울의료원의 건강검진센터를 통해 적절한 치료와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전국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의료환경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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