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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정부 공식 임신육아사이트 '유명무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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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0 19:01:11 수정 : 2017-08-22 10: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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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관계 없는 일반 사항만 나열 / 병원 정보·장애 유형별 주의사항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 안 보여 / “위험하지만 인터넷 카페 등서 해결”
“아내가 갓 임신을 했을 때 서울 시내 웬만한 대형병원을 찾아가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혹시 아내의 증세(조현병)가 재발돼 악화하면 곧바로 약을 먹인 후 진정시켜야 하는데 투약 가능한 약물 정보목록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을 도통 알 길이 없었거든요. 사실 (여성장애인 임산부들이) 필요한 약물 정보 등을 인터넷 ‘맘 카페’ 같은 데서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인데 대부분 그렇게 해결하고 있을 겁니다.”(45세 남성 A씨)

그동안 정부가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에 별 관심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사례 중 하나다. 많은 여성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신뢰성 있는 정보가 절실하지만 공식 전용사이트가 전무하다. 정부가 공식 운영하는 임신육아종합포털사이트 ‘아이사랑’(www.childcare.go.kr)과 ‘마더세이프’(www.mothersafe.or.kr·사진)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임산부가 알아둬야 할 포괄적 주의사항을 단순 개괄해 놓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여성장애인 단체나 전문가들은 장애유형별로 맞춤형 정보와 전문적 조언이 필요한 여성장애인들에겐 이들 사이트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취재팀이 임신 중 약물복용과 관련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마더세이프’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했다. 어디를 봐도 여성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병원이나 장애 유형별로 주의해야 할 합병증 등을 알려주는 코너를 찾을 수 없었다. 만성질환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은 여성장애인이 임신 중에도 투약할 수 있는 약품 목록을 검색했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안 보였다. 자주 묻는 내용에 대한 답변으로 올려놓은 질병들 역시 당뇨와 고혈압, 비염 등 극히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조언으로 대부분 일반 출산정보 관련 카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일부 정신장애 임산부들이 투약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상세히 경고돼 있었다. 그러나 안정성을 우려해 기존 복용 약물을 대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약물 정보는 제공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정신장애인 등 경우에 따라 태아에 미칠 영향을 줄이려고 복용하던 약을 갑자기 끊으면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장애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게다가 해당 사이트에는 음성안내 기능도 없어 시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아이사랑 사이트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선화 연구위원(청각장애 2급)은 “대부분 여성장애인 임산부가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소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신 사실 자체를 숨겨야 할 때도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공인된 정부사이트에서 정확한 건강관리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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