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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그래도 날 보러 와주오" 알츠하이머 환자의 영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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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15 14:00:00 수정 : 2016-01-15 17: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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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비머는 계속해서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안경 너머 그의 시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문 입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알란의 가족은 미국 미시간주 빅 라피즈 시에 산다.

“그래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원하는 게 있나요?”

알란의 아내 마리가 물었다. 그는 남편을 지금 영상에 담고 있다.

“어… 보통 나이 든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소.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지. 친구, 가족들도 옛날부터 그랬듯 내게 다가왔으면 좋겠어. 농담이라도 던져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알란은 다시 바닥 아래를 바라보았다.

마리는 “사람들이 당신을 두려워하리라 생각하나요?”라고 물었다.

알란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래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할 것을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알란은 늘 말을 걸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을 향해서가 아닌, 그 주위에서 자기들끼리 말하리라는 것도 예감했다.

알란을 바라보던 마리는 남편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여보, 힘든 것 잘 알아요”라며 “정말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알란은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을 모두 사랑해”라며 “그들이 (우리 집에) 들렀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는 “단 몇 분이라도 머물기를 원해”라며 “그러나 그들은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아…”라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알란과 마리에게 영상편지 촬영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영상을 찍은 이유는 하나다. 알츠하이머 앞에 버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리는 “우리가 (알츠하이머로부터) 도망칠 수 없고, 그것과 함께 있는 한 일상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다른 이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일을 (알츠하이머와)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는 “알란을 본다면 불편하리라는 것을 안다”며 “당신의 가슴이 무너지리라는 것도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알란을 사랑하고 우리 가족을 아낀다면, 당신의 하루 중 잠시라도 알란을 만나러 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네티즌들은 알란의 영상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이들은 “보는 내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알츠하이머는 정말 외로운 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께서 당신을 축복하실 것”이라고 격려의 메시지도 보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MaryBeth Alan Beamer 페이스북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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