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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친구가 되어줄게요'…노숙자에 손 내민 女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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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3 16:53:54 수정 : 2015-06-03 17: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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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던디에 사는 안나 로우든은 그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가지 않았다면 지금 자기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한다. 그날 카페에서 레스 고든을 만난 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이야기는 4개월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던디 대학교에서 정치와 역사를 전공하는 로우든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던 중, 한 카페에 들렀다가 담벼락에 기대앉은 남성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남성의 턱수염은 숲을 이뤘고, 초점 잃은 그의 눈은 옆에 서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남성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이유는 모르지만, 로우든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더 산 뒤, 바깥에 기대앉은 남성에게 건넸다. 갑자기 커피를 주는 로우든에 남성은 놀랐으나, 이내 나지막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받았다.

수업도 끝났겠다 급할 게 없었던 로우든은 남성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커피 두 잔을 적선 받은 노숙자로 오해하기 딱 좋은 광경이었다.


남성에게 인사한 로우든은 그의 이름이 고든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고든이 9개월 전부터 카페 앞에 앉아있었으며, 교통사고로 등을 다쳐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라는 것도 알았다. 고든에게 가족은 물론 수술비조차 없다는 것도 들었다. 로우든은 그동안 카페를 오가며 왜 고든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조금은 미안했다.

로우든과 이야기하는 동안 고든은 이따금 몸이 불편했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지난겨울 로우든은 뼈가 시린 추위를 참아야 했다. 심각한 사실은 지나가던 이들이 로우든을 향해 오줌을 누는 등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인들은 로우든을 불쌍히 여기기는커녕 노숙자라는 이유로 한없이 깔봤다.

고든이 불쌍해진 로우든은 그를 돕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그러나 학생인지라 자신이 고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대신 로우든은 노숙자 돕기 모금운동을 펼쳐 그를 돕기로 했다. 특히 고든에게 머물 곳 하나 없다는 게 로우든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로우든은 “던디 토박이인 고든은 자신의 상황이 어려운데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든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며 “처음에 대화를 나눈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난 고든이 성격이 온화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다”고 덧붙였다.

로우든은 “고든은 불행히도 여러 사고 때문에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며 “9개월 동안 노숙자로 지내면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는 게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스코틀랜드 복지 시스템은 고든을 전혀 보살피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로우든은 “사람들의 도움이 고든에게 미친다면 적어도 그가 수술 후 비로부터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얻게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을 돈은 고든이 보금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보증금과 각종 생활용품 마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우든의 간절함을 많은 이들이 안 것일까? 3일 오후 4시30분을 기준으로 모금운동을 펼친 홈페이지에서는 6300파운드(약 1070만원) 이상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카페 담벼락에 기댄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온라인에서도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응원이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고든은 로우든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데일리레코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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