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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토크] 美 잇단 ‘메가 파이어’ 환경재앙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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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3 01:33:45 수정 : 2013-07-13 0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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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20세기에 산림온도 1도↑
나뭇잎 말라 산불 났다하면 초대형
대부분 통제불능… 진화 포기 예사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1988년 대규모 산불이 났다. 땅속에서 수십m의 물줄기를 분수처럼 뿜어내는 간헐온천(가이저)으로 유명한 이 공원은 산불이 발생한 이후 자연 생명력에 생태계 복원작업을 맡겼다. 옐로스톤에 가면 산불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곳에서 새 소나무 등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앞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산불은 자연 현상이다. 화재로 토양의 영양분이 많아져 새로운 싹이 돋아나 목초지가 형성되고 숲은 더 울창해지고 있다.”

옐로스톤 산불이 난 지 25년이 흘렀고, 자연 생태계에 의존하던 복원 모델은 아련한 꿈이 됐다.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는 초대형 산불인 ‘메가 파이어’가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화재 피해 면적이 10만에이커(약 404㎢)가 넘으면 메가 파이어로 분류한다.

지난 10년 새 미국 서부지역에서 메가 파이어가 60건 이상 발생했다. 5월30일 뉴멕시코 길라 국립삼림지대에서 발생한 메가 파이어로 661㎢가 넘는 산림지대가 잿더미로 변했다고 미국 시사종합지 애틀랜틱 최신호가 보도했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애리조나주 등지에 널리 퍼져 있는 국립산림지대를 자동차로 여행하다 보면 메가 파이어 탓에 거대한 지역이 황무지로 변했고, 그곳에서 옐로스톤 같은 자연 생명력에 의한 생태복원 작업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메가 파이어의 주된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현상이 꼽힌다. 기후변화로 미국 서부 산림지대 평균 온도가 20세기에 1도가량 올라갔다. 기온 상승으로 건조 현상이 심화하면서 나뭇잎이 매말라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산불이 나면 과거에 비해 번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피해 면적이 걷잡을 수 없이 넓어지며, 화마의 열기가 크게 올라가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미국에서 메가 파이어가 발생하면 진화를 포기하고, 스스로 소멸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번 불이 나면 몇주, 몇개월에 걸쳐 불길이 인근 지역을 삼킨다.

소방당국의 진화 방법도 메가 파이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방당국은 산불이 발생하면 첨단장비와 화학약품 등을 동원해 최단 시간 내에 진화한다. 이런 식으로 산불을 차단하다 보면 산불을 자연현상으로 놔뒀을 때에 비해 숲이 더 우거지고, 나무가 과도하게 자라 큰불이 났을 때 속수무책이 된다.

문제는 메가 파이어에 따른 고열 피해가 너무 심각해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은 더 이상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로 전락한다는 데 있다. 산림지대가 달 표면처럼 매마른다. 지금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하면 ‘메가 가뭄’의 재앙이 덮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메가 가뭄이 왔을 때 메가 파이어가 발생하면 불의 심판을 경고한 성경 내용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는 특단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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