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쌀을 사 가는 일본인 관광객 뉴스가 한·일 양국에서 보도될 정도로 일본의 쌀값 폭등이 주목받았다. 일본의 K쌀 수입 규모도 늘어 올 상반기 통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최대인 416t을 기록했다. 일본 쌀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자랑하는 ‘쌀부심’(쌀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나라로서는 과거 상상하기 힘든 현실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산 쌀 수입 종전 최대 기록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구호용 쌀이 수입된 2012년의 16t이었다. 쌀값 폭등에 따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계속돼온 일본의 쌀값 폭등 원인에 대해 그럴듯한 설(說)이 있었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쌀 소비가 폭증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미야자키(宮崎)현 휴가(日向)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강진 발생 후 처음으로 ‘난카이(南海)트로프지진임시정보(거대지진주의)’가 발령되자 일어난 쌀 사재기나, 중국인 등 외국인이 포함된 유통업자의 농간이 쌀값 폭등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현장 검증과 분석을 통해 최근 발표한 쌀값 폭등의 주범은 따로 있었다. 바로 생산 부족이었다. 쌀 부족이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쌀 생산을 억제해오던 정책을 바꿔 미곡 증산을 위한 전환에 나섰다. 철 지난 이야기 같던 식량안보가 다시 화두가 된 것이다. 한·미 관세 협상 당시 쌀을 내주더라도 자동차 산업은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장차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 우려가 있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쌀, 보리, 밀, 옥수수 등 한국의 평균 곡물 자급률은 19.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100.7%로, 주요국 중 호주가 가장 높은 333.8%이고, 캐나다 169.9%, 미국 122.4%, 중국 92.2%, 일본 27.6% 등이다.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있는지 숫자가 말해준다. 9∼10일 인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가 열린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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