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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모두 제 불찰… 질책 달게 받겠다”

입력 : 2012-07-24 18:51:20 수정 : 2012-07-25 0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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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측근 비리 첫 대국민 사과 … “심려 끼쳐 죄송”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구속되는 등 잇따른 친인척·측근 비리 사태와 관련,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친인척· 측근 비리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 를 숙이고 있다.
남제현 기자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저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며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6번째로,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서는 처음이다.

임기말 국정 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지만, 심기일전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청중 기자 20120724022626 003/풀/스트/이 대통령 대국민 사과 “모든 게 내 탓”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친인척· 측근 비리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img.segye.com/content/image/2012/07/24/20120724022626_0.jpg 1 1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724023328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여섯 번째 고개숙인 MB 20120724182051 20120725090925 20120724185807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4분간 두 차례 머리를 숙이면서 한 말에는 한탄과 회한의 감정이 짙게 배어났다. 이 대통령은 직접 손으로 쓴 담화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동안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과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사과 담화를 발표한 것은 민심 이반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8%에 불과했다. 임기 중 최저치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임했으나, 이 대통령 스스로 ‘용서받지 못할 비리’로 규정한 저축은행 비리에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 이어 ‘문고리 권력’을 쥐었던 최측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마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친필로 작성한 사과문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남제현 기자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 파동,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의혹 특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털어낼 것은 한번 털고 가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러야 이 전 부의장 기소시점인 27일, 아니면 다음달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던 대국민 사과 일정이 대폭 당겨진 셈이다.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하루 하루 굉장히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답답한 심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겠느냐”며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국민에게 빨리 심정을 전해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사과 카드’를 꺼내든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이후이(死而後已)’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삼국지에서 촉(蜀)나라의 유비 사후 제갈량은 강국 위(魏)나라 공격에 나서면서 주군이자 유비의 아들인 유선에게 올리는 출사표에서 “신은 다만 엎드려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애쓸 뿐(臣鞠躬盡力 死而後已·신국궁진력 사이후이)”이라고 진충보국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 대목을 차용한 것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과 요구에 응한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힘의 균형이 ‘미래권력’으로 쏠리고, 주요 국정 현안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당청 차별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 카드가 여전히 거론된다.이날 담화 발표는 참모진도 몰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오후 1시15분쯤 최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2시쯤 춘추관에 가겠다”고 말한 뒤 급박하게 준비됐다. 담화 내용이나 사이후이와 같은 표현도 참모진과 상의 없이 이 대통령 스스로 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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