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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숙련 비정규직’ 어쩌나

입력 : 2009-07-06 15:50:43 수정 : 2009-07-06 15: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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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여유 없고 자르려니 업무 차질
일부 벌써 불법·편법 조짐… 보완책 마련 시급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유는 없고, 내보내자니 업무를 할 수 없고….”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사용기간 2년이 다 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내보내야 할 처지인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몇 년씩 일하며 숙련도가 높아진 이들을 내보내고 경험 없는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숙련 근로자를 내보냈다가는 남은 직원들 업무 부담이 불을 보듯 하다. 당장은 어떻게 해보더라도 해고가 점점 늘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숙련도 높은 비정규직을 붙잡아두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지 않는 편법과 불법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기업인 H연구원은 올해 안에 비정규직 40여명이 근무기간 2년을 순차적으로 채워 정규직으로 바꿔줄 것인지, 내보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지금 일하는 비정규직 137명 중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연구원 측은 당장 이달 중 2년 기한이 되는 4명과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5일 “이들이 맡은 업무가 실험·연구 보조, 데이터 분석 등 연구 진행에 빠질 수 없는 영역”이라며 “연내 40명 정도가 나가면 업무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연구원 측은 해고 대상 인력이 맡은 업무를 프로젝트 형태로 바꿈으로써 정규직 전환 없이 이들을 계속 쓰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숙련 인력 상당수가 한꺼번에 나가 벌써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있다. T은행은 법개정이 무산되자 바로 비정규직 38명 중 18명을 해고했다. 법이 개정됐다면 계약기간을 연장했을 직원들이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인력이 반 가까이 줄었으니 업무 공백은 당연하다. 정규직에 해당 업무를 부담 지우려 해도 고객 응대 등 업무에도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충원이 필요하지만 당장 인력을 뽑을 생각은 없다.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해 오던 비정규직들이 해고되면 이들과 접촉하겠다는 것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지금 힘들다고 아무나 채용했다가 업무 질만 떨어진다”며 “정부와 국회가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 시행으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해고한 M병원은 빈자리를 채울 대체인력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해고 대상인 비정규직 상당수가 물리치료와 조리 업무 등을 담당했다”며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인력을 뽑기도 쉽지 않은데 일을 더 하겠다는 사람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홍석란·홍석환 인턴기자(한림대 언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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