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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주고엔고짓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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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4 22:52:27 수정 : 2025-07-24 22:52:26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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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엔고짓센(十五円五十錢).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기간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십오원오십전’을 뜻하는 ‘주고엔고짓센’과 관련한 문제의 영상이 퍼졌다. 일본인퍼스트를 앞세운 극우 정당 참정당(參政黨) 가두연설 장소에서 지지자가 주변 청중 한 명에게 ‘주고엔고짓센’을 발음해보라고 윽박지르며 낄낄거리는 영상이다. 일본어 특유의 탁음이 포함된 주고엔고짓센은 목숨이 걸린 발음이었다.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일본군과 자경대는 외모로는 구분이 안 되는 조선인 등을 솎아내기 위해 주고엔고짓센을 시켜본 뒤 잘못 발음하면 끌고 가 살해했다. 간토대학살로 조선인 희생자 6000∼2만3000명을 포함해 중국인, 청각장애인, 사회주의자가 목숨을 잃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런 차별적 언어가 죄의식 없이 횡행하고 있다. 배외주의와 반외국인 노선의 참정당이 참의원 선거 결과 기존 2석에서 15석으로 대약진한 것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반영한다. 참정당은 일본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게 돌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법규·생활습관을 무시한 외국인의 범죄나 민폐 행위를 극우 세력이 악용하면서 일반 시민의 반외국인 정서가 증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참의원 선거 전 반외국인 극우 정당의 돌풍이 예상되자 ‘외국인과의 질서 있는 공생사회 추진실’을 만들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부 외국인의 범죄와 민폐 행위, 각종 제도의 부적절한 이용 등으로 국민이 불안과 불공평을 느끼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면서 외국인 출입국 체류 관리 개선, 사회보험료 등 미납 방지, 토지 취득을 포함한 국토의 적절한 이용·관리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반외국인 정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의 범죄는 물론 노상용변·버스흡연 등 민폐 행위, 부동산 취득·건강보험 무임승차 논란이 조명을 받으면서 저항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도 극우 세력이 배외주의를 악용해 득세할까 우려된다. 한국인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는 법·제도를 정비하고, 관광객이나 장기거주 외국인에게 한국의 법규·생활습관을 적극 홍보해 갈등 요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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