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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좋아 시작했지만”…외국인에게 ‘한국어 왜 배우나’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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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인턴기자 I.me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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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연 한국어 관심, 진학·취업으로까지
세종학당 수강생 23만9020명 ‘역대 최대’…TOPIK 지원자도 4년 새 64.7% 증가
한국 유학·취업 꿈꾸는 외국인들…해외 대학에서도 한국어 열풍 확산

러시아 출신 건축가 타티아나(41)는 2023년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여행을 왔다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 해 그는 고국에서 하고 있던 건축 일을 그만두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을 배우고 있는 타티아나는 “옛날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섞인 한국의 건축 스타일이 너무 재밌다”며 “한국에서 살고 있으면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아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의 꿈은 한국어를 익혀 한국의 건축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다.

 

중국인 셰웨린(19)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중국인 셰웨린(19)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한글날 100주년(9일)을 앞둔 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을 찾았을 때 외국인 학생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품고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K팝이나 한국 드라마 등을 계기로 시작된 외국인들의 한국어 공부는 한류의 무대 확장과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 한류가 ‘좋아서’ 시작해 ‘꿈을 위해’ 배우는 한국어

 

이날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진학이나 취업 등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이탈리아인 수산나(30)는 K팝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논문을 쓰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더 알게 됐고 한국 신화에도 매력을 느껴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탈리아에서는 패션업계처럼 한국어를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곳도 많아서 공부를 시작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중국인 셰웨린(19)은 “엔시티 위시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며 “한국어를 배워 한국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인 벤 골드만(32)의 한국어 학습 자료 일부. 전민 인턴기자
영국인 벤 골드만(32)의 한국어 학습 자료 일부. 전민 인턴기자

 

한글 자체의 체계적인 특성에 매력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인 벤 골드만(32)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며 한반도 역사와 남북한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다른 언어와 비교하면 한글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라며 “한글은 정말 잘 만들어진 문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에 흥미를 갖게 된 태국인 어피(28)도 “다른 언어하고 비교하면 한국어는 읽을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되게 빠르다”며 “처음 공부 시작하고 2주 후에 의미는 이해할 수 없어도 모두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 한국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강원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집트인 마리암(26)도 “한국어는 같은 의미라도 말투나 어미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점이 재밌다”며 “한글도 체계적이어서 처음 글자를 배우고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 높아지는 한국어 수요…한국어 수강생 23만명 ‘역대 최대’

 

2025년 세종학당 수강생은 23만902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종학당재단 제공
2025년 세종학당 수강생은 23만902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종학당재단 제공

 

한국어 학습 열풍은 각종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외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보급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2025년 세종학당 수강생은 23만902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지원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의 TOPIK(PBT) 시행 현황에 따르면 TOPIKⅠ·Ⅱ 지원자 수를 합산한 규모는 2021년 33만16명에서 2022년 35만6665명, 2023년 41만8001명, 2024년 48만1505명, 지난해 54만3600명으로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64.7%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어 학습 목적도 한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단순 취미를 넘어 학업과 진로로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세종학당재단이 외국인과 세종학당 학습자 1만9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한국어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 중 한국어 학습 경험자의 50.9%는 ‘한국 유학 및 학업 준비’를, 37%는 ‘커리어 개발’을 학습 목적으로 꼽았다. 46.3%는 한국어 학습이 현지에서 한국어 관련 전공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사미아(28)는 “주변에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많다”며 한국에서 마케팅이나 국제 비즈니스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높은 등급인 TOPIK 5급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너머로 번지는 한국어 열풍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먼 타국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아인 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파라흐 모함메드(21)는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에 가고 싶은 꿈이 생겨 한국어 학과에 입학까지 하게 됐다”며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한국에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같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아이샤(21)는 “3년 동안 문법, 역사, 산문 등을 통해 한국어가 어떤 언어인지 배우면서 한국어에 대한 사랑도 아주 깊어졌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졌다”며 “학교에서 한국어과라서 부럽단 말도 자주 듣고 있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계속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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