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경험·목격자 42.3% 현장 무대응…사생활 침해 56.1%, 성적 폭력·수치심 49.8%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관계 악화·불이익·보복 우려…“방법 몰랐다”는 응답도
센터 인지도 80~95%대인데 신고·상담 경험은 최대 5.4% 그쳐
임오경 “신고·보호체계 신뢰 높여야…스포츠윤리센터 피해자 보호체계 촘촘히”
체육계에서 인권침해와 부정부패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 가운데 10명 중 4명 이상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악화나 불이익, 보복 등을 우려해 문제 제기를 주저하는 사례가 많았고, 신고·상담 창구에 대한 인지도에 비해 실제 이용률은 크게 낮았다. 체육 현장에서 신고자의 신분 보호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스포츠윤리센터의 ‘2025 체육인 인권침해·비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 등록 체육인 16만7999명을 모집단으로 삼아 3만12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인권침해·부정부패 경험률은 20.7%로 집계됐다.
조사 표본은 초등학생 5447명, 중·고등학생 1만2647명, 대학생 2878명, 프로·실업선수 4035명, 지도자 4144명, 심판 2073명으로 구성됐다.
직군별 경험률은 지도자가 34.9%로 가장 높았다. 프로·실업선수와 심판은 각각 30.9%였고, 초등학생 18.2%, 대학생 14.3%, 중·고등학생 14.1% 순이었다. 경험 유형별로는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가 11.4%로 가장 많았으며, 불공정한 행위 9.5%, 언어폭력 8.9%, 물질적 요구 4.8%, 신체폭력 4.6%, 사생활 침해 4.3%, 성적 폭력·수치심 3.5%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의 현장 대응은 더욱 소극적이었다. 전체 경험·목격자 가운데 42.3%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사생활 침해가 56.1%로 가장 높았고, 물질적 요구 54.6%, 불공정한 행위 52.0%, 성적 폭력·수치심 49.8%, 언어·신체폭력·따돌림 49.2% 순이었다.
직군별로 살펴봐도 무대응은 두드러졌다. 심판은 물질적 요구를 경험·목격한 뒤 66.8%가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와 불공정한 행위에서도 각각 54.4%, 47.6%가 대응하지 않았다. 프로·실업선수는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에서 무대응률이 60.5%로 가장 높았고, 물질적 요구 50.5%, 불공정한 행위 47.6%가 뒤를 이었다. 지도자는 물질적 요구 48.7%,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 48.1%에서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심판의 경우 물질적 요구에 대한 사후 무대응률이 64.1%였으며, 프로·실업선수도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 54.8%, 물질적 요구 54.5%로 절반을 웃돌았다.
침묵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인관계와 신분상의 불안이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가 3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이익을 받을까 봐’ 31.4%, ‘보복을 당할까 봐’ 30.2%였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응답도 16.7%에 달했다.
사안별로도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컸다. 불공정한 행위는 ‘불이익을 받을까 봐’라는 응답이 37.1%로 가장 높았고, 물질적 요구 36.5%,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 34.8% 등이 뒤를 이었다. 프로·실업선수 가운데 불공정한 행위에 대응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응답은 25.2%로 집계됐다.
인권침해나 비리를 겪은 뒤 심리적 부담을 호소한 비율도 높았다. 불공정한 행위로 부담을 느꼈다는 응답은 지도자 69.3%, 심판 65.9%, 프로·실업선수 62.8%였다. 혈연·지연·학연 관련 비리의 경우 지도자 54.6%, 심판 56.8%, 프로·실업선수 47.3%가 심리적 부담을 경험했다. 물질적 요구 역시 지도자 54.9%, 프로·실업선수 47.2%, 심판 44.6%가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체육계의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체육인 인권지수’도 시범적으로 산출됐다. 인권침해·부정부패 경험, 인권 환경에 대한 인식, 체육활동의 안정성,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교육 경험, 대응에 대한 신뢰 등을 반영한 지수는 74.4점이었다. 초등학생이 78.8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고등학생 78.5점, 대학생 77.1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심판 70.5점, 프로·실업선수 69.0점, 지도자 68.4점 등 전문체육 현장 종사자들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고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윤리센터 인지도는 지도자 95.3%, 심판 92.6%, 프로·실업선수 89.8%로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은 84.9%, 중·고등학생 82.4%, 초등학생 78.7%가 센터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실제 신고·상담 경험은 인지도에 크게 못 미쳤다. 프로·실업선수가 5.4%로 가장 높았고, 지도자 5.3%, 심판 4.3%에 그쳤다. 중·고등학생은 2.9%, 초등학생 2.7%, 대학생 2.5%였다.
스포츠윤리센터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집단별로 달랐다. 프로·실업선수는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23.0%로 가장 많았다. 심판은 ‘익명성이 보장될 것 같지 않아서’가 30.5%로 가장 높았다. 중·고등학생은 ‘불이익이나 보복을 받을 것 같아서’가 20.5%였으며, 대학생과 지도자는 ‘절차가 복잡하거나 오래 걸릴 것 같아서’가 각각 22.6%, 23.7%로 가장 많았다.
실제 신고·상담을 경험한 이들의 평가도 직군별 차이를 보였다.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대학생 59.0%, 중·고등학생 51.6%, 초등학생 48.0%였고, 프로·실업선수 42.4%, 지도자 37.9%, 심판 37.6%로 전문체육 종사자에서는 40% 안팎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개선 과제로 신고자 보호와 익명성 보장, 조사·징계 권한 강화, 징계 결과 공개와 투명성 확보, 정기적인 인권·윤리교육, 피해자 상담과 사후관리 등을 제시했다.
임오경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 인지도는 90%에 달하지만 실제 신고·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4~5%에 그치고, 이용자 만족도 역시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특히 심판의 30.5%가 익명성이 보장될 것 같지 않아서 센터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할 정도로 현장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육계 종사자들이 보복이나 관계 악화를 두려워해 입을 다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센터가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신고 시 실제 문제가 해결된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며, 접수부터 조사·조치·피해 회복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추적 관리해 ‘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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