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병역 특례 논란과 관련해 여야가 5일 제도 재정비·재점검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냈다.
금메달을 딴 일부 선수가 병역 혜택을 앞세워 말하고 자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973년 만들어진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여야에서 동시에 나왔다.
◆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
한국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대표팀 23명 가운데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영준·김준홍·이승원 3명을 뺀 20명이 병역 특례 대상이 됐다.
논란은 경기 직후 터져 나왔다. 미드필더 양민혁(베스테를로)은 인터뷰에서 “메달, 트로피가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정말 저희가 보상받는 것은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이기혁(강원)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했다. 측면 공격수 박승수(뉴캐슬)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 연습 도중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동기를 얻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 선수는 4일 각각 사과하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나 제도 자체를 겨눈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 “53년 전 병역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53년 전 병역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며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노력마저 공정성 논란에 가려지게 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병역 자원의 급감이다. 한 명의 병역 자원이 소중한 시대에, 특정 분야의 성과만으로 병역 부담을 달리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병역특례를 점차 줄여가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오래전부터 공감대를 형성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논란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개편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상과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점진적 개편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메달이나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이 되어서는 더 이상 안 된다. 청년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병역 제도를 만들기 위해 책임 있게 논의를 이끌겠다”고 했다.
국방위 소속 민홍철 민주당 의원도 “이제 체육, 예능 등에 주고 있는 병역특례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때가 됐다”며 “병역특례는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올림픽 금메달, 아시안게임 우승, 각종 세계 콩쿠르 대회 대상자 등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 기준과 형평성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 “태극마크는 병역 피하는 프리패스가 아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얻은 영광을 개인의 ‘병역 탈출 성공담’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시대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성역 없이 다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태극마크는 병역을 피하기 위한 ‘프리패스’가 아니다.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제도를 유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병역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청년들이 납득할 수 없는 특례라면 ‘국위선양’이라는 네 글자만으로 계속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와 체육계는 병역특례 제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것은 국위를 선양한 데 대한 제도적 배려”라며 “이를 당연한 특혜로 여기거나 누군가를 놀리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국위선양이 아니라 국민에게 상처 주는 일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 “선수 한 명 한 명 발언까지 통제는 어렵다”
체육계도 입을 열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선수촌에서 교육을 굉장히 많이 한다. 개인 소양, SNS, 인터뷰 스킬 등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선수 한 명 한 명의 발언까지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개성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국가대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소통 방식, SNS 활용 등에 대한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아시안게임이 병역 해결 수단이냐”
논란은 축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프로 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린 야구도 사회인 선수가 주축인 일본 등을 상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야구는 이 대회 5연패를 기록했고, 대표팀 24명 가운데 김도영·소형준 등 16명이 병역 특례를 적용받게 됐다.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마다 ‘병역 문제 해결 수단으로 지나치게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되풀이돼 온 이유다. 프로 선수가 대거 출전하는 두 종목에서 병역 면제가 성적보다 앞선 화제가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1972년 뮌헨의 충격에서 시작된 제도
한편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한국이 북한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뒤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을 명분으로 1973년 도입됐다.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입상자가 대상이다.
흔히 ‘군 면제’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보충역이다.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간 자신의 종목에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를 마치지 못하면 복무 기간이 늘어나고, 끝내 이수하지 못하면 편입이 취소될 수 있다.
반세기 전 만들어진 제도를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과, 국제 무대에서 국가 위상을 높인 만큼 특례가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은 그동안 팽팽히 맞서 왔다.
정부는 이미 축소 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병무청은 병역 자원 감소에 대비해 보충역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지난 8월 인터뷰에서 예술요원에 대해 “권위 있는 대회를 중심으로 (편입 인정) 대회를 축소하고, 편입 기준도 단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폐지 여부를 두고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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