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한 미국 에릭슨사의 대형 산불진화헬기 S-64헬기가 단 한 차례도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 비행 자격을 가진 조종사가 없어 S-64헬기를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20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산림청 산불진화헬기 총 50대 중 야간 운용이 가능한 헬기는 수리온 3대와 S-64 4대 등 모두 7대다.

이 중 S-64는 산림청이 2018~2020년과 2022년에 4년간 미국 에릭슨사로부터 연간 1대씩 총 4대를 순차 도입했다. 이들 헬기를 구입하는 데는 8563만 달러(1220억원)가 들었다.
S-64는 담수량 8000ℓ규모의 대형헬기다. 대당 가격이 2000만 달러가 넘지만 도입 이후 현재까지 산림청에는 S-64를 야간에 비행할 수 있는 조종사가 없어 야간 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S-64를 야간에도 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을 취득해야 하지만 현재 이를 취득한 조종사 인력은 없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야간 산불진화 임무를 위한 조종사를 양성해 내년 2월부터 S-64를 야간 산불진화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8년 S-64가 최초 도입된 것을 고려하면 조종사 양성이 지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S-64의 야간 기동이 불가능한 탓에 지난 4월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에도 수리온 2대만 야간 산불진화에 투입됐다. 수리온의 담수량은 2000ℓ로 S-64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정 의원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진화에 나서야 하는데 산불 진화헬기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산림청은 S-64가 내년 봄철에는 야간에도 가동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 빈틈없는 산불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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