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가 재난상황인데 냉장고나 파먹다니”…‘냉부해’ 공방→고소·고발까지

입력 : 2025-10-07 20:10:00 수정 : 2025-10-07 20:51:07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국힘 “재난상황서 예능…잃어버린 48시간”
민주 “K푸드 홍보 차원”…고소·고발 잇따라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추석 당일 출연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두고 여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전산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녹화는 부적절했다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K 푸드 홍보 차원이었다고 맞섰다.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법적 공방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방영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김혜경 여사. JTBC 방송화면 캡처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찾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울경찰청 앞에서 취재진에 “대통령의 언행은 하나하나가 메시지”라며 “‘냉부해’ 출연은 K 팝, K 드라마 등 K 컬처에 이어 K 푸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 문화로 키우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저녁 UN 순방 후 밤새 보고를 받고 지시하고, 총리와 관계 부처의 대응으로 (화재는) 27일 오후 6시 완진됐다”며 “(또 이 대통령은) 28일 오전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오후 5시30분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48시간 거짓말’이라는 글을 올렸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특히 장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명예훼손죄가 중범죄임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힘에 묻는다. 국민의힘은 화재 이후 무엇을 했나.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극우 세력과 장외 집회를 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속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부승찬 대변인도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국민의힘과 장 대표는 허위 사실 유포를 중단하고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라.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주장한 잃어버린 48시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대통령이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보고를 받고, 이후로도 상황을 지속 점검했다는 사실이 시간대까지 상세하게 공개됐다”며 “폭음과 지각 논란의 ‘내란 수괴’만 봐왔으니 일하는 대통령이 낯설 만도 하다. 이제라도 국민을 위해 국정 정상화에 적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은 결국 거짓말이었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다가 결국 어제(4일) 지난달 28일 예능 녹화 사실을 시인했다”며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예능 촬영을 했는지, 극단적 선택을 한 담당 공무원의 발인을 피해 고작 하루 늦게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덮기 위해 뭇매를 맞으면서까지 추석 밥상에 ‘냉털’하는 한가한 그림이나 올리려고 하는지, UN 총회에 가서 실컷 외교를 망치고 돌아와서 기껏 생각해 낸 것이 성남시장 시절 한 번 재미 봤던 예능 촬영이었는지 궁금하다”며 “방송을 보는 내내 모든 국민은 오로지 ‘김현지’ 한 사람만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세종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국가전산망 장애 업무를 담당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행정안전부 공무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발언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야권 공세도 계속됐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가 전산망 마비라는 위기 앞에서도 카메라만 바라보는 정치쇼 본능이야말로 내로남불이며 위선의 정점”이라며 “‘냉장고를 부탁해’보다 ‘국민을 부탁해’가 먼저”라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시기 대통령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재명 피자’를 먹으며 웃고 있었다”며 “행정망이 멈추고 민원과 복지 시스템이 동시에 중단되자, 국민은 불편을 넘어 불안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이후 복구 과정에 투입된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며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였다지만, 대통령 부부가 이재명 피자를 먹는 장면이 과연 국가 홍보에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자리는 예능 카메라 앞이 아니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국민의 불안을 달래는 현장이었어야 했다”며 “비서실장이나 비서실장 위의 비서관이라고 불리며 직언을 잘한다는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그때만큼은 대통령을 말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방송은 하루 연기가 아니라 국민 상식으로도 당연히 취소됐어야 한다”며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자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은 경질하라’고 외쳤던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국민의 문제 제기를 명예훼손이라며 고발하겠다고 나섰다”며 “여당이 되더니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이라도 자처하겠다는 모양이다.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기보다, 국민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과연 대한민국이 셧다운 될 뻔한 국가 재난상황에 그곳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냉장고 파먹으며 어떤 비상조치를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듯하다”며 “냉부해 김풍 셰프가 어제 ‘이재명 피자 만들겠다’ 말했다는 기사를 ‘이재명 피의자(?) 만들겠다’로 잘못 읽고 이 아침 순수하게 클릭을 했는데 그만 오소소 소름이 일어 기사를 닫았다. 내로남불이 어찌나 당당한지 ‘항마력’이 달린다”고 맹비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역시 전날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비난의 중심에 섰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복구에 모두가 진땀을 흘리던 그 시각, 대통령은 세트장의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전쟁이 나도 냉장고를 옮기고 있을 거냐”고 따졌다.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경찰청에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며 “피고소인들은 냉부해 예능 촬영시점을 국민에게 은폐할 목적으로 ‘국정자원 화재 후 냉부해를 촬영했다는 나의 문제 제기는 허위사실’이라는 취지의 적반하장식 거짓 브리핑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냉부해’ 녹화 탓에 국정자원 화재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로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자신을 고발하자 고소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앞서 전날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추석을 맞아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문화자산의 핵심은 음식”이라며 K-푸드를 알릴 식재료 ‘시래기’로 요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방송은 당초 지난 5일 방영 예정이었으나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장애를 수습하던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사망하자 지난 4일 대통령실 측에서 방영일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방송이 하루 연기됐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눈부신 미모'
  • 아이유 '눈부신 미모'
  • 수지 '매력적인 눈빛'
  • 아일릿 원희 '반가운 손인사'
  • 미야오 엘라 '시크한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