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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방울 안 나와”… 강릉 곳곳 단수 현실화

입력 : 2025-09-07 18:49:17 수정 : 2025-09-07 21:40:50
강릉·세종=강승훈·김정모 기자,박진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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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저수지 저수율 12.6%

급수제한 이틀째… 시민 불안 고조
온라인선 “원정 빨래” 불편 하소연
상인도 예약 손님 ‘줄취소’ 직격탄

전라·충청권, 주말 ‘물벼락’ 대조적
군산 시간당 152㎜ 폭우 ‘역대 최대’
9일까지 광주·전남 최대 80㎜ 예보

“수도꼭지를 틀어놔도 졸졸 흐르기는커녕 한 방울도 아예 나오지 않아요.”

 

정부의 국가 재난사태 선포 9일째인 7일 강원 강릉에서 단수가 현실화되며 일상마저 말라버린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강릉시민 18만명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는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며 저수율이 12%선 붕괴마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에서 긴급급수를 위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물을 쏟아붓고 있지만 저수율 하락세가 꺾이지 않자 소방청은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2차로 동원된 소방 차량은 8일부터 본격적 급수 지원활동에 나선다.

한쪽은 극한 가뭄… 다른 한쪽은 극한 호우… 한반도에서 ‘극한 가뭄’과 ‘극한 호우’가 공존하는 이른바 ‘기후 양극화’ 현상이 일상화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가뭄에 따른 국가 재난사태 선포 8일째인 6일 강원 강릉시 안인항 화력발전소 하역부두에서 해군 소속 군수지원함 대청함 승조원들이 이동식 저수조에 45만ℓ의 물을 지원하는 장면이며,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시간당 152㎜의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시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도로가 침수된 모습이다. 해군 제공, 군산=뉴스1

◆2차 소방차량 본격적 급수 지원

 

강릉시 등에 따르면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강릉지역 아파트 113곳 4만5000여가구와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대수용가 123곳의 급수제한이 6일부터 시행 중이다. 시는 저수조 내 물이 2∼3일 후 고갈되면 급수차를 동원해 채우기 때문에 당장 단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수 사태는 강릉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수도 단수 안내문이 게시판에 붙은 강릉 한 아파트의 입주민은 “갑자기 단수 방송이 나오더니, 진짜 이제 물이 조금도 안 나온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시가 저수율 10% 미만일 때 시행키로 했던 시간제 단수를 갑작스럽게 앞당겨 시행하면서 혼란을 빚기도 했다.

 

상인들 속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절수를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 중이지만, 아예 물이 끊기면 음식 조리부터 설거지나 화장실 이용 차단 등으로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는 “앞서 예약했던 단체손님들이 급하게 취소한 게 여러 건이 있다.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심각한 피해가 피부로 직접 와닿는다”고 하소연했다.

 

최악의 가뭄으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역대 최저치인 12.6%(평년 71.2%)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강릉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원정 빨래나 목욕에 떨어졌다. 강릉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원정 빨래나 목욕에 나섰다는 불편을 하소연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다는 30대는 “물에서 락스 냄새가 나서 아이를 씻기기에 무척 찝찝하다. 인접 도시인 양양 친정에서 당분간 지내려고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전북·충남 ‘물난리’ 극심 호우

 

거의 네 달 넘게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과 대조적으로 전북·충남에서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날 새벽 전북 군산에는 시간당 152.2㎜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이 대피하고 침수 피해까지 잇따랐다. 1968년 군산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이다. 군산과 인접한 전북 김제와 익산에도 시간당 100㎜ 안팎의 비가 왔다.

 

전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군산 등 상가 71동, 주택 36개소 등 침수 피해 100여건이 접수됐다. 전주시는 덕진구 송천2동 진기들 권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충남 서천에서도 시간당 137㎜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쏟아지는 등 6∼7일 사이 247.5㎜ 규모의 폭우가 내려 주민들이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대피했다. 낙뢰를 동반한 폭우로 세종시와 충남 금산군 등지에서 1180여가구가 정전 불편을 겪었다.

 

한반도에서 ‘극한 가뭄’과 ‘극한 호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단기적으로는 기압 변화에 따른 바람 방향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릉이 있는 동해안은 동풍이 불 때 습한 공기가 산맥에 부딪혀 비가 내리는데 최근까지 서풍이 계속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강원 영서 내륙에만 비를 쏟아내고 빈 구름대가 동해안에 이동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9일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빗방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8∼9일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 30~80㎜, 부산·울산·경남·제주 10~60㎜, 전북 5~40㎜ 등이다.


강릉·세종=강승훈·김정모 기자,박진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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