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 내세우는 진보 진영의 위선
알고도 침묵한 조국 책임론도 확산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그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괴롭힘을 마주했다. 그러나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밝힌 뒤 탈당을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조국혁신당 여성 당직자가 상급자로부터 택시, 노래방 등에서 수차례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4월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다. 강 대변인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당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가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며 “피해자를 도왔던 당직자는 징계를 받고 사직서를 냈고, 당 쇄신을 주장한 시당 위원장은 제명당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이 접수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 지원 대책은 없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도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정도면 당 차원에서 조직적인 성 비위 은폐·무마가 벌어진 것 아닌가.
이 와중에 지난달 31일 열린 ‘조국혁신당 대전·세종 정치아카데미’에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조국을 감옥에다 넣어놓고 그 사소한 문제로 치고받고 싸운다”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 “개돼지 생각”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명백한 2차 가해다. 최 원장은 과거에도 성희롱 발언으로 두 차례나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또 막말을 한 건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여당 권리당원 교육을 총괄하는 수장 자리에 앉아있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한 개인의 실언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구조에 기인한다”는 국민의힘의 비판이 무리가 아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이 사태를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다는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성 비위 사건 중 일부는 조 원장이 당 대표로 재임하던 당시 발생했다고 한다. 성 비위 사건의 피해자들이 수감된 조 원장에게 편지 등의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출소 이후에도 본인의 정치 행보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원장이 뒤늦게 “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했지만, 뒷북 대응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은 당헌에 ‘여성의 정치참여 보장 및 성 평등 실현’(7조)을 명시하고 있다. 성 평등을 내세우는 진보 정당에서 성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위선이자, 개탄스러운 일이다. 정치적 파문이 컸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등을 겪었으면서도 진보 진영의 성 비위 논란이 잇따르는 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혁신당은 어제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쇄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최 원장에 대한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혁신당과 민주당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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