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명 여우사냥(권영석, 파람북, 1만8000원)=조선 고종의 왕비 민씨(민자영)가 일제에 의해 시해된 을미사변 130주년을 맞아 펴낸 책이다. 1895년 10월 1일부터 사건이 있었던 10월 8일까지 조선의 심장 경복궁과 일제의 침략 사령부 일본공사관(현재 서울 중구 예장동)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숨 막히는 일주일을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해 현장감 있게 복원했다.

정의로운 식탁(트레이시 해리스·테리 깁스, 번역협동조합 옮김, 착한책가게, 2만2000원)=캐나다의 사회학자와 정치학자인 저자들이 산업화한 식품생산 시스템에서 다뤄지는 동물의 비극적인 삶을 파헤치고 있다. 식품 생산 과정에서 동물들은 폭력적으로 다뤄진다. 성장 속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동물들은 과밀집된 실내에서 자라도록 강제된다. 저자들은 “동물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생명 파괴 행위를 바로잡아 온정과 정의가 구현된 식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손기정 평전(김성, 서재길 옮김, 알렙, 1만7000원)=한·일 강제 병합 후인 1912년 태어난 손기정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 29분 19초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그는 일본의 숙원이었던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동시에 식민 조선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재일 한국인이자 일본 삿포로대 교수인 저자가 손기정의 삶을 통해 식민지 시기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갈등하는 한 인물의 내면을 포착했다.

샤를로트 페리앙(샤를로트 페리앙, 유상희 옮김, 을유문화사, 3만8000원)=샤를로트 페리앙은 20세기 주요 건축가 중 한 명이자 실내 디자인 선구자다. 프랑스 1세대 여성 건축가로, 개방성·놀이성·유연성이 돋보이는 ‘주거 예술’을 창안해 주목받았다. 르코르뷔지에가 모더니즘 건축의 이념과 철학을 제공했다면, 페리앙은 그것을 실제 생활에 맞게 구체화한 실질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는 에어프랑스 지사, 레자르크스키 리조트 등 다양한 건축물을 디자인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쓴 회고록.

소녀와 마법의 칼(조르조 파리시, 카밀라 핀토나토 그림, 김지우 옮김, 공존, 2만원)=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탈리아 이론물리학자인 저자가 자녀와 손주에 들려주려 지은 동화를 엮은 그림책이다. 40년 전 자녀를 위해 지었던 동화와 최근 손주를 위해 지은 동화 가운데 5편을 선별해 싣고, 손주들과 주고받은 과학 문답도 각 동화의 앞에 배치했다. 꽃을 욕심내다가 마녀에게 붙잡힌 남동생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것을 탐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남동생을 구하려 모험을 떠나는 용감한 누나의 모습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맷 파커, 이충호 옮김, 해나무, 2만1000원)=삼각형은 거리와 각도를 나타내는 기본 단위이자, 다양한 형태와 수학적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도형이다.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기하학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도형이 삼각형인 이유다. 영국 수학 교사 출신으로 수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가 삼각형은 물론 기하학, 삼각함수가 일상과 첨단 기술 곳곳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나일강의 범람으로 토지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사용됐던 기하학부터 별의 거리를 측정할 때 활용되는 삼각형까지 다양한 수학 이야기를 전한다.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비앙카 보스커, 오윤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3000원)=문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저자가 현대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진 미국 뉴욕의 미술계에 위장취업해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한 취재기다. 브루클릭의 작은 갤러리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신진 예술가의 작업실 조수를 거쳐 결국 구겐하임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하면서 업계 전문가와 이른바 ‘VIP’로 통하는 대부호들과 만나고, 작품을 바라보는 감각을 깨우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폐쇄적인 예술계의 텃세와 민낯을 까발리는 동시에 예술가들의 순수한 열정과 광기 섞인 매력에 대한 예찬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예술이 소수의 전문가나 선택받은 천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감각의 주체로서 예술과 연결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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