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중압감·민원 걱정’
“행동 거슬려” “배에서 소리” 등
관련 민원 매년 1000여건 달해
“종일 긴장… 끝난 뒤 몸살” 토로
17만원 수당도 기피 요인 꼽혀
노조 “감독환경 개선·수당 인상을”
4년차 고등학교 교사 A씨는 학교에 붙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디데이’ 표시를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올해 또 돌아올 수능 감독 업무가 걱정돼서다. 몇 년간의 수능 감독 업무는 그에겐 힘든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A씨는 “수험생들에게 거슬릴까 봐 옷깃 스치는 소리, 숨소리도 조심하며 종일 긴장한 채로 서 있었더니 첫해엔 끝나고 몸살이 왔다”며 “피하고 싶지만 다들 꺼려서 저연차들은 거의 매년 나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수험생뿐 아니라 교사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수능 고사실을 책임지는 감독관 업무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신체적·심리적 고충이 큰 감독관 업무는 교사 사이에서 기피 업무가 된 지 오래다. 교원단체는 수당 인상과 업무 환경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2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85개 시험지구 교육지원청과 일선 고등학교에서 2026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가 진행된다. 올해 수능은 21년 만에 최다 응시였던 작년 수능보다 응시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금돼지띠’라 출생아가 많은 2007년생이 고3이 된 데다 N수생도 늘어서다. 실제 6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지원자는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교사 사이에선 응시생 증가로 감독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수능 응시생은 전년보다 1만8082명 늘었지만 수능 감독관은 7만7133명에서 6만944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교육 당국이 시험실당 응시생 수를 ‘24명 이하’에서 ‘28명 이하’로 늘려서다. 감독관은 주로 중·고교 교사가 맡는데,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서 있는 데다 감독 과정에서 민원이 제기될 수 있어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크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이달 11일 중·고교 교사 3195명을 조사한 결과 교사의 99.7%는 수능 감독 업무로 중압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99.4%는 ‘악성 민원 염려로 두렵다’고 했고, ‘수험생에게 해가 될까 봐 책임감을 느낀다’(99.5%)는 응답도 많았다. 교육 당국에는 감독관 관련 민원이 매년 1000여건 접수되는데 대부분 “감독관 행동이 거슬렸다”는 내용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거나, ‘감독관의 액세서리가 요란해 방해됐다’는 민원도 있었다.

고교 교사 B씨는 “교실을 왔다 갔다 하기 어렵고, 한자리에만 있으면 가까운 곳의 수험생이 신경 쓰인다고 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감독 교육을 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해도 ‘알아서 거슬리지 않게 하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교사 C씨는 “연달아 감독하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 급히 먹다 체하는 교사도 있다”고 전했다.
낮은 수당은 업무를 더욱 기피하는 요인이다. 수능 감독관 수당은 2021년 15만원에서 2023년 17만원으로 올랐으나 지난해 동결됐다. 교사들은 당일 10시간가량 근무하고 전날 교육받는 것까지 고려하면 수당이 적다는 입장이다. 설문에서 99.2%는 수당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고, 방송·타종을 외부 용역에 맡겨야 한다는 비율도 95.2%에 달했다. 타종 오류 등으로 소송을 당하는 교사도 있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중등교사노조는 “수능 감독은 고강도 노동이자 인권 문제”라며 “수당 현실화, 3∼4교시 연속 감독 금지 등 감독 환경 개선, 방송·장비 등 외부 변수 부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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