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에 속도전
25일 마주앉는 한·미 정상회담서
‘美 지원사격’ 정책 어젠다 제시를
8월 23일 이후 연쇄적으로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대미 및 대일 외교가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미국 방문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현명한 외교전략이다. 일본도 1957년의 기시 노부스케 총리나 1983년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등이 미국 방문에 앞서 각각 동남아와 한국 순방을 가지면서 일본의 국제적 위상과 대미 협상력을 높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일본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협력 증진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것은 미국 조야에 한국 신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한·미 정상회담의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 간의 전략적 대립 관계가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동맹국들에까지 높은 관세와 대미 투자 증대를 요구하면서 이전의 자유무역질서와는 다른 소위 ‘턴베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동맹국들에 대해서 방위비 부담의 증대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포함한 ‘동맹현대화’도 추가로 제기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통상질서를 수정하려는 것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임하는 미국의 경제능력이 이전과 달리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인식한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경제력과 위상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 역내 안보 질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증진된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살려 일본 등 여타 동맹국들과 더불어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 어젠다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에 진행된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돕고 이를 통해 해군력 강화의 토대를 갖추도록 한 것은, 우리의 강점을 살려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지원하는 한 사례라고 할 것이다. 이외에도 한·미 간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협력 분야가 적지 않다.
원자력발전 분야가 그중 하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의 제조업 부흥과 AI 데이터 센터 증설 등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 300기 증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 미국 원전업체는 시공 경험이 부족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올해에 체코 원전 건설을 수주한 실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원전 증설 방침을 한국 관련 업계가 지원하는 원자력발전 공동 프로젝트를 한·미 윈윈의 미래 과제로 추진할 수 있다.
일본은 필리핀을 포함하는 원 시어터 구상을 선제적으로 제기하여 미국의 안보이익에도 부합하는 자신들의 지역 안보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국익에 합치하면서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 안보구상을 주도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양국의 청년 장교들이 함께 국제안보 질서와 전략을 연구하는 ‘인태지역 연합국방대학’을 하와이나 평택 등에 공동으로 설치하는 구상은 어떠한가. 이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장교들을 미국 엘리트 장교들과 함께 교류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연합사나 미국 인태사령부 등에 지속적으로 근무케 한다면 한·미동맹 강화의 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극해 프로젝트도 한·미 간에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재명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중요 정책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북극해에서는 이미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간의 세력각축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여 2024년 새로운 북극전략을 표명하면서 북극 해역에서의 안보태세 강화, 쇄빙선 건설이나 해저자원 개발 등을 중점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북극항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북극전략과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국력이나 국제사회 위상은 전례 없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지원하는 새로운 한·미동맹의 미래상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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