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태국 등 경쟁국들은 공격적인 관광 마케팅을 펼치며 외국인 유치를 늘린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더뎠다는 분석이다.

4일 여행 전문 연구센터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2024 한국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다 관광객을 유치했던 2019년의 93.5%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2023년 대비 48.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광수입은 164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9년(206억달러)의 80% 수준으로, 같은 기간 관광객 수 회복률(93.5%)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2023년 대비 증가율도 9.2%에 불과해 관광수입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놀자리서치는 면세점 매출 감소를 관광수입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2019년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은 178억4000만달러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84억700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작년에는 81억6000만달러로 더 줄었다.
크루즈 여행객 증가도 관광수입 회복 둔화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2019년 17만1000명이었던 크루즈 여행객 수는 2023년 20만2000명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3만1000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외래 관광객 내 크루즈 관광객 비중이 확대됐지만, 이들은 국내 체류 기간이 짧고 소비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관광수입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지출한 금액은 264억9000만달러로, 2019년 대비 90.5% 수준까지 회복됐다. 2023년 대비로도 6.1% 증가했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 적자는 2019년 85억2000만달러에서 2023년 96억9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작년에는 100억4000만달러로 더욱 늘어났다.
2019년 대비 관광지출 회복률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84.6%, 90.5%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입 회복률은 72.6%, 79.3%에 그쳐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객 유입 국가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 지역의 여행 수요 회복이 다른 지역보다 더딘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인의 해외여행 감소가 꼽힌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 역시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19년 대비 2024년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60만명으로, 2019년(약 602만명)의 76.4% 수준에 그쳤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감소 배경에는 경기 둔화와 대외 경제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내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해외여행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도 중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중국 소비자신뢰지수는 2022년 급락한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소비 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관광수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객 중 중국인의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만큼, 보다 안정적인 다변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외에도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유치 전략을 펼친다면 역대 최다 관광객을 유치했던 2019년의 실적을 넘어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관광 트렌드에 맞춘 맞춤형 마케팅 전략과 다각화된 관광 상품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개별 여행객(FIT) 증가, K-컬처 열풍 등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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