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엔날레의 어머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 ‘미술 올림픽’
베니스 비엔날레 수식어들이다. 1895년 시작돼 약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처음으로 격년제 국제 미술전이라는 형식을 창안해낸 역사적 미술전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다른 국가들이 자국 도시 이름을 결합한 국제미술제들을 만들면서 ‘비엔날레’는 격년제 미술제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비엔날레는 세계 예술의 경향을 보여주 만국 공통 미술이라는 언어로 담론을 제시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제2차세계대전 후 초현실주의 물결을 보여준 곳도 베니스 비엔날레였다.
비엔날레를 통해 새로운 스타 작가, 큐레이터가 탄생했고, 미술인들은 서로 자극받았다. 변방의 근대 한국 예술가들은 비엔날레를 관람한 경험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도약시켜나갔다. 베니스 비엔날레 감독, 초청 작가라는 이력은 가장 막강한 이력이 됐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300개 가까운 세계 비엔날레들 가운데, 유일하게 각 국가관과 수상제도를 두고 있다. 국가관은 국가대표, 황금사자상은 금메달에 비견되며 ’미술 올림픽‘이라고도 불리게 된 이유다. 대부분 각국 정부기관이 운영하고, 자국 대표 예술을 보여주는 장으로 여기며 경제·행정 자원을 투입한다.

비평가와 예술가들은 국가대항전 구조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국가관 운영이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장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며 ’미술올림픽‘이라는 수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비평이 성숙해가면서 국가관은 일부러 소수자나 이방인, 외국 큐레이터·작가를 참여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 비평과 예술의 응답이 켜켜이 쌓여 각 국가관 역사를 만들었다.
1993년 독일관 작가로 나선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은 한국관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한국관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그와 국내 미술계가 한국관 설립을 호소하며 국제 미술계 네트워크를 움직인 끝에, 1995년 한국관이 세워졌다. 한국관은 한국미술의 유럽 교두보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 100주년을 맞아 딱 1개국 국가관을 추가로 열기로 했는데, 신청서를 들고 대기중이었던 국가는 한국, 중국 등 23개국에 달했다. 백남준의 힘이 아니었다면 한국관 설립은 불가능했다는 게 정설이다.
백남준의 결정적 역할과 세계화를 주창한 문민정부 지원으로 창설된 한국관도 이번 전시로 미술전 14번, 건축전 12번을 치른 27년 역사의 유서깊은 국가관이 됐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운영은 우리나라 국제 교류 사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 사업이 되고 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특히 더 주목된다. 2021년 열릴 순서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1년 미뤄졌다. 1895년 시작 이래 홀수해에만 열렸던 역사가 끝나고 처음으로 짝수해에 열리는 ‘사건’이다.
한국으로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에 열려 기대가 크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작가들 전시도 풍성하다.
하종현, 전광영 작가는 병행전시를 연다. 병행전시란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이 운영하는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 외에, 베니스 비엔날레가 공식적인 인증을 한 전시다. 박서보, 이건용 등 한국 미술 대표 작가 작품세계가 국내외 갤러리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을 베니스에서 열어 한국 민주주의 정신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2020년 5·18 40주년을 맞아 시작된 특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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