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강대국이 갖추어야 할 일반적인 조건(면적 세계 4위, 인구 세계 3위, GDP 세계 1위, 국방예산 세계 1위)을 충족하는 것 이외에도 강대국인 진정한 이유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국 워싱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세워진 군사묘지로 제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의 전선에서 싸운 미국 군인과 직계가족이 묻혀 있으며, 그곳에는 전쟁에서 전사했으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용사의 유골도 함께 안치돼 있다.

무명용사의 석관 묘비는 50t이나 되는 흰색 대리석으로 돼 있는데, 해병대 병사가 1년 365일 어떠한 날씨에도 24시간 위병근무를 서고 있다. 석관 한쪽 면에는 ‘이곳에 명예로운 영광, 오직 신만이 아시는 미국 군인이 잠들다’라고 새겨져 있다. 해병대 병사들은 어떤 수당도 없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들을 곁에서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큰 명예라 생각하고 있다.
교대식의 보초의례로는 장총과 전투복 차림의 병사가 묘지 터를 21걸음 걸어 가로 지른 뒤 묘를 21초간 쉰 뒤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식인데, 21은 군의 최고 예우를 상징하는 숫자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큰소리로 말하거나 웃고 떠드는 사람이 없으며, 숙연한 분위기가 지속된다. 이처럼 미국이 ‘무명용사’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 것은 무명용사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전쟁에서의 승리도 결코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다. 영국도 무명용사의 묘를 성지로 꼽고 영국 여왕과 여야 정치인들이 대규모 추모행사를 거행하며, 프랑스도 파리 상징인 개선문 바닥에 무명용사를 기리는 동판을 세우고 ‘불꽃’을 피워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미국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 영예로운 영웅으로 기록할 뿐만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이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은 세계 곳곳 전투에 참전하다 전사한 군인의 유해를 찾아 본국으로 이송하는 데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미국이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유해를 찾는 일을 지속하면서 전사자들을 극진히 모시는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것은 물론 최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전사자에 대한 각별한 예우가 장병들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굳은 신뢰감을 형성시킴으로써 국가 부름이 있으면 기꺼이 달려가 용감하게 싸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이것은 미국의 저력으로 승화돼 아메리카 위대성을 나타내는 징표가 된다고 하겠다.
그래서 미국의 군인들은 전쟁에 참전해 싸우다 죽은 것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러움으로 생각하게 된다. 미국의 장병들은 자신이 자유주의를 수호하다 이국땅 어느 지역에서 목숨을 바치더라도 국가와 국민은 반드시, 그리고 끝까지 군인의 명예를 책임지고 지켜준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미국의 군대는 용감하고 희생정신이 강한 군대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군도 현재 비무장지대(DMZ)인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사자 유해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강국으로 도약하는 일종의 조건이고 국가를 위해 희생 봉사하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자 진정한 보은(報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을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루어 나감으로써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주지해야 하겠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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