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양국 실무협상이 2∼3주 내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양국 접촉이 이뤄진다면 정상의 만남 이후에 실무협상이 이뤄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게 된다. 지난해 치러진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2월 결렬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모두 실무회담을 가진 뒤 개최됐다. 정상의 만남과 실무회담의 순서가 이전과는 달라진 이번 북·미 대화의 과정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대로라면 북·미 양국은 지난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중지된 실무협상을 위해 7월 이내에 만나게 된다.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국무부 라인의 카운터파트로 북한 외무성을 상정한 상태다. 북·미 정상 간 ‘톱다운식’ 협상이 여전히 주가 되겠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과 상응조치를 논의할 실무협상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회담의 주안점을 북·미 양국이 ‘포괄적 합의’를 이루는지 여부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건 대표는 동시적·병행적,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미국의 해법 속에는 ‘포괄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비건 대표의 지난 1월의 스탠퍼드대 연설을 보면 미국은 비핵화의 정의, 최종목표, 로드맵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것이 미국이 말하는 포괄적 합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단계적 합의’를 주장하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는 대신 이전과 같이 제재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실무회담은 결국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체제·안전보장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봤다.

실무협상이 단기간에 결실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신 센터장은 “포괄적 합의는 2∼3주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미국이 천천히 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라고 봤다. 북·미 양국 중 어느 한 쪽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이상에는 움직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박 교수도 “실무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미국 의회의 영향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쉽사리 제재 완화에 나서기 어려운 점을 장애로 꼽았다. 그는 “미 의회를 설득하려면 확실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합의에 이르기 위한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해제는 ‘부분실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 완화는 그물과 같아서, 하나가 뜯어지면 모두 허사가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제재 완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무협상은 정말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도 북·미 간 신뢰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포괄적 합의 시 미국은 핵시설 동결을 요구할 텐데, 이 조치를 실행하면 북한은 동결과정에서 모든 시설을 미국에 다 보여주게 된다. 북한의 입장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시설 중 ‘영변’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도 향후 실무협상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 ‘하노이 담판’에서 북한은 영변이 매우 값진 것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지만, 미국은 이를 평가절하했다. 영변에 대한 문제는 한·미 정상 간에도 이견을 드러냈는데, 국내 전문가 상당수는 영변 핵 단지가 북한이 보유한 전체 핵시설 가운데 50% 미만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선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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