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발화, EGR 밸브가 원인"…추가 리콜 가능성은?

민관합동조사단 발표 / 항상 열려있는 ‘열림 고착’ 발견 / 내부 온도 급격히 올라 화재 발생 / 관계자 “12월중 최종 결과 낼 것” / 지난 8월 사측이 화재 원인 밝힌 ‘EGR 바이패스 밸브열림’은 무관
사측 “EGR쪽 문제 크게 안 달라”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은 사측이 밝힌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바이패스 밸브 열림’이 아니라 ‘EGR 밸브’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BMW가 화재 발생 조건으로 발표했던 내용과 다른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앞으로 추가 리콜이 단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BMW코리아 측은 “EGR 쪽의 문제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7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이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제작결함 원인 및 발화 가능성 확인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단 실험 결과 BMW 차량 화재는 △EGR 쿨러(냉각기)에 누수가 발생한 상태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고속주행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 작동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 관계자는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발생하고, 이 불티가 엔진룸 흡기매니폴드(흡기시스템)에 붙어 불꽃이 확산한다”며 “이 불꽃이 고속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커지며 흡기기관에 구멍(천공)을 내고 점차 확산해 엔진룸으로 옮겨가며 화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천공 발생 한국교통안전공단이 7일 공개한 BMW 화재원인 시험 과정 모습. 공단측은 화염발생 부품(EGR쿨러 및 흡기다기관)을 떼어내니 부품과 연결된 배관 부위(합구부)에 천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이는 지난 8월18일 BMW 측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던 화재 발생 조건과 다르다. 당시 BMW는 화재 발생 조건으로 EGR 쿨러 누수와 누적 주행거리가 높은 차량, 지속적인 고속주행과 함께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을 조건으로 꼽았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EGR의 가스를 EGR 쿨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흡기매니폴드로 보내주는 장치로, ‘열림·닫힘’(on·off) 개념으로 작동한다. EGR 밸브는 흡입구로 재순환하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현재까지 이번 화재 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BMW가 지목하지 않았던 EGR 밸브가 화재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EGR 바이패스 밸브를 화재 원인으로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지만, 발열 등 조건이 화재를 유발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며 “EGR 밸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냉각기 방향으로 보내는 배기가스 양을 적절히 조절해 줘야 하는데, 문제 차량에서는 EGR 밸브가 항상 열려 있는 ‘열림 고착’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내부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이 작동하며 가스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온도가 더 높아져 발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발화조건 및 화재 경로를 토대로 현재 진행 중인 리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EGR 쿨러 파손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EGR 시스템 제어 관련 프로그램인 전자제어장치(ECU)의 발화 연계성 등에 대해 시험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흡기매니폴드에서 천공이 새롭게 발견된 만큼 이 부품에 대한 추가 리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국토교통부에 리콜을 건의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조속히 화재 원인을 규명해 올 12월 중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BMW 측은 “애초 EGR 바이패스 열림 문제는 화재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라 ‘조건’으로 보고한 부분”이라며 “조사단이 화재 원인이라 내놓은 EGR 밸브는 BMW가 리콜을 통해 교체하고 있는 ‘EGR 모듈’에 포함된 부분으로, 리콜 조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합조단의 중간조사 결과는 회사 측의 기존 원인 분석과 거의 비슷하다”며 “이번에 나온 것은 중간조사 결과인 만큼 예정됐던 대로 리콜을 진행하며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김선영·김승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