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섬을 관할하는 누사틍가라바랏 주정부 당국자는 6일 현지 메트로TV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오후 7시46분쯤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14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의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대변인은 이 인터뷰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도로와 다리가 손상돼 구조대원들이 몇몇 피해지역에 도달하지 못한 점을 들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지진으로 수백명이 부상했으며, 건물 수천동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은 규모 7.0에 달하는 강진인 데다 진원의 깊이도 10.5㎞에 불과해 피해가 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본진이 발생한 이후 지진이 2번 더 발생했다고 전했고, 현지 매체는 여진이 130여차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지진 발생 직후 한때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자 공포에 휩싸인 채 고지대로 대피하기도 했다. 쓰나미 경보는 해제됐지만 롬복의 마을 2곳에는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발리섬에서도 진동이 감지되는가 하면 일부 건물이 무너졌고 주민과 관광객 수천명이 대피했다고 재난 당국은 밝혔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현재까지 교민 50여명 및 우리 여행객 사상자가 나왔다는 신고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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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해외 여행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롬복섬 북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6일 짐가방을 끌고 무너진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롬복=로이터연합뉴스 |
방송프로그램 ‘윤식당’ 촬영지로 알려진 롬복 서쪽 해상 길리 트라왕안섬에서는 선박을 동원해 관광객 900여명을 대피시키는 작업이 이뤄졌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진 발생 당시 길리 트라왕안섬에는 최소 7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되는 대로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롬복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부두에 버스를 배치하고 담당 영사를 급파했다”고 설명했다.
롬복 프라야 국제공항과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은 터미널 건물 내부가 일부 파손됐으나, 활주로 등 핵심 시설에는 피해가 없어 모두 정상 운영 중이다.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항공권을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빈번하다. 2004년에는 규모 9.1의 강진과 쓰나미로 16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롬복섬에선 지난달 29일에도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임국정·김예진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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