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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사내 비밀연애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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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2 23:12:00 수정 : 2025-09-02 23:11:58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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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사내 연애 금지를 사규에 명문화한 기업이 적잖다고 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한쪽이 위계상 상대방에 대한 평가, 급여, 승진 등에 개입할 수 있으면 편애할 공산이 크고, 이런 이행 상충 우려가 구설을 낳아 사내 인력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내 연애를 금지하지 않더라도 인사팀에 그런 관계의 시작과 종료를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둔 글로벌 회사도 다수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의 이사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로랑 프렉스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했다. 프렉스는 직속 부하와 비공개 연애관계를 맺어 회사의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최근 조사됐다. 앞서 2022년 2월 미국 방송사 CNN에서도 사내 로맨스를 숨긴 제프 주커 CEO와 리슨 골러스트 부사장이 연이어 사임한 바 있다. 이른바 ‘돌싱’인 둘은 20년 넘게 가까운 동료로 일해오면서 합의하에 연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커는 “관계가 시작됐을 때 그 사실을 공개해야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한 부하직원과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가 2019년 11월 해고된 스티브 이스터브룩 전 맥도날드 CEO는 퇴직금 약 1244억원까지 토해내야 했다. 이혼남인 이스터브룩은 사 측 조사 과정에서 딱 잡아뗐는데, 2018년쯤 다른 3명과 관계를 맺고 이들 중 1명에게 수십만 달러어치 맥도날드 주식도 넘겨준 게 추가로 들통났다. 이에 맥도날드 측이 퇴직금 반환 소송에 나서자 이스터브룩은 이를 무마하려 돌려주는 한편 사과 성명까지 발표해야 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1월 이스터브룩을 상대로 투자자들을 오도한 책임을 물어 벌금 40만 달러(약 5억원)를 부과했다. 이스터브룩은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벌금 납부 및 향후 5년간 상징기업 임원 또는 관리자 직책을 맡지 않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사내 연애 금지’ 내규를 가진 회사를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다. 보스인 CEO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로맨스 드라마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사내 연애를 반드시 틀어막을 필요는 없겠지만,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돌변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의 세심한 관리가 뒤따라야 하겠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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