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이런 요구안을 마련한 것은 조합원의 고용 불안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량은 감소하는 반면 해외 공장의 신설과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의 총생산량 중에서 국내 공장의 비율은 2001년 94.2%에서 지난해 37.9%로 급락했다. 2020년에는 28%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소리도 나온다. 노조는 장기적으로 정년을 65세까지 늘리고 직원의 차량 구입 할인 혜택을 상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노조는 해외 공장이 느는 까닭을 정말 모르는가. 국내 공장은 글로벌 경쟁력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현대차의 생산직 1인당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을 웃돈다. 각종 복지 혜택까지 합치면 1억원을 넘나든다. 고비용 구조와는 정반대로 생산성은 완전히 바닥이다. 자동차 한 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국내에선 27.8시간이나 된다. 미국 14.8시간, 체코 15.7시간보다 두 배쯤 많은 세계 꼴찌다. 툭 하면 파업이고,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세습까지 판을 친다. 이러고도 해외에 공장을 짓지 말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으니 이런 몰염치가 없다.
노조는 “한국은 산업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스테펀 저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경고를 잊어선 안 된다. 그는 얼마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최근 5년간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했다. 강력한 노조는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GM은 아시아 생산 거점을 한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GM은 앞으로 속출할 것이다.
노조의 전향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강성 투쟁의 구태가 사라지지 않으면 현대차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경영 간섭을 하기 전에 자신의 특권적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현대차 노조의 황당 요구는 지지부진한 노동 개혁의 절박성을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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