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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일보 DB |
수출 둔화로 인한 외수 불황 때문에 뒷걸음친 자동차사업에 반해 선전하고 있는 이들 비 차량부문은 위기감이 드리워진 현대차그룹 전체를 살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를 통해 올 1분기(1~3월) 매출액 11조1777억원, 영업이익 511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6.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30.5% 급감했다. 영업이익 감소율은 지난해 2분기(-31.7%) 이후 최대 폭이다.
다만 1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5006억원에 비해 2.2% 증가한 것으로 작년 2분기 이래 3분기 연속 지속된 감소세를 끊고 4분기째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90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기아차는 수익성이 낮아진 이유로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유로화 하락 등 환율 악화를 꼽았다.
전날 실적을 먼저 공개한 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도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 대비 원화 강세의 영향 등으로 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출 20조9429억원, 영업이익 1조588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3.3% 축소됐고, 영업이익은 18.1%나 줄어들었다.
특히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2010년 4분기(1조2370억원)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현대모비스 역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8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7140억원으로 12.7% 급감했다. 현대위아도 1분기 영업이익이 130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당기순이익은 1068억원으로 3.5% 각각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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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예외 없이 ‘어닝 쇼크’에 빠진 자동차 관련 분야 실적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비 차량부문은 대표적인 경기민감업종인 철강·건설·해운 등의 불황에도 나 홀로 ‘고공행진’을 했다.
이날 기아차와 함께 실적을 공개한 현대제철의 1분기 단독기준 영업이익은 3405억원으로, 전년 동기(2332억원)보다 46.0% 급등했다. 당기순이익은 251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623억원)와 비교할 때 4배 이상 폭증했다.
계속되는 철강 시황 부진으로 매출액이 12.1% 감소한 3조4611억원을 기록했지만,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판매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이익을 큰 폭으로 늘려 1분기 영업이익률 9.8%에 도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9.2%를 근소한 차이로 제친 것으로, 이로써 현대제철은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으로 포스코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현대제철은 “중국산 철강재 수입 증가와 수요 산업 부진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구성을 다각화하고 적극적인 원가 절감과 현대하이스코와의 냉연부문 합병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도 올해 1분기 연결실적 잠정 결과 매출 3조9432억원, 영업이익 200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6.9% 각각 늘어난 수치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공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사브 해상원유처리시설 공사 등 양질의 대형 해외사업에서 매출이 확대됐다는 입장이다. 현재 현대건설의 연간 수주목표는 27조6900억원, 매출 목표는 19조2000억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대형 공사의 매출 증가와 국내 주택사업 확대 등으로 올 한해 매출과 수익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글로비스 또한 1분기 영업이익이 17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매출액은 3조3861억원으로 3.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06억원으로 1.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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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현대제철 |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현대·기아차 및 현대건설·현대엠코→현대글로비스’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직계열화를 이미 구축한 상태다.
자동차·건설 등을 비롯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 업체인 현대제철이 생산한 철강제품을 통해 자동차를 직접 만들고 건설업을 영위하는 한편, 자체 생산한 자동차 등 수출품목들을 해운회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직접 실어 나른다.
매 단계 거쳐야 하는 구매 및 운반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를 무기로 현대차그룹은 주력인 자동차 관련 사업의 부진에도 그룹 전체의 수익성 악화를 일정 부문 흡수할 여력이 생긴다.
게다가 수직계열화 과정에서 ‘부품 자체 조달’도 이뤘다. 2000년대 들어 현대모비스(부품 모듈), 현대파워텍,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이상 변속기), 현대케피코(ECU·센서), IHL(램프류), 만도(브레이크)를 포함해 자회사·관계사가 아우러진 주요 부품 조달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는 당진제철소가 2010년 첫 가동되면서,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드물게 ‘철강-부품-완성차’에 이르는 체제를 갖췄다. 수직계열화는 효율·품질 확보에 유리해 자동차업체들이 선호하는 생산방식이면서도 과감한 투자와 일사불란한 경영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구조다.
특히 지난 8일 합병을 공식 선언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간 통합법인 현대제철은 철강산업의 최대 수요산업인 자동차(현대·기아차) 및 건설업(현대건설·현대엠코)을 ‘전속시장’(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으로 거느린 전 세계 유일한 철강회사다.
업황이 나쁘더라도 항상 고정된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수직계열화는 특정부문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약화로 인한 사업 위축이 자칫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와 비용절감 등을 통해 일부 사업부문의 실적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 이후 공장 가동률 개선이 기대되고 주요 선진시장에서 판매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신형 투싼의 순차적인 글로벌 시장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2분기 이후에도 어려운 경영 여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아차는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이는 동시에 내실경영을 지속 추진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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