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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논의 탄력받나

입력 : 2014-09-04 19:46:20 수정 : 2014-09-05 0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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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특권 내려놓겠다”… 전문가 “이번엔 꼭 실행해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검찰의 ‘철피아’ 수사로 뇌물 수수 혐의가 드러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여야 의원이 조직적으로 부결시키면서 최신형의 ‘방탄국회’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법의 맹점을 지적하며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나 전례를 볼 때 이 또한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말하는 기득권 내려놓기는 모두 허언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야말로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여야, “특권 내려놓겠다”… 법 개정 시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 의원 본인이 재판을 받겠다고 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하는데 법 때문에 못 받는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것을 해결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이후 출범할 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할 과제로 선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불체포특권 폐지를 위한 헌법 개정 논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대표는 그간 공개석상에서 “방탄국회는 절대 없다”고 공언했으나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결국 ‘뻥’만 친 꼴이 됐다.

검사 출신 박민식 의원도 “1990년대 말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될 때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체포동의안 처리절차와 앞뒤가 맞지 않게 성급히 설계가 됐다”며 “조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입장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상무위원회의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더불어 선 체포수사를 하고 불체포특권 처리 여부를 사후에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앞으로 비리 옹호 국회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 특권 폐지 위한 법 개정 가능성에 ‘회의적’

전문가들은 “국민의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한 국회”라며 ‘불체포특권 폐지’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했다. 연세대 양승함 교수는 “‘특권 내려놓기 하겠다’는 스스로의 말을 배반하고 국민 정서를 배신한 행위”라며 “국회 스스로가 특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번에도 유야무야된다면 국회 무용론도 제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방탄국회가 아니라 패륜국회”라고 성토했다.

지도부에 ‘X’ 손가락 사인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무기명 표결에서 부결되자 당 지도부를 향해 부결됐다는 손가락 사인을 보내고 있다.
남제현 기자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 폐지 논의가 실제 이뤄질지에 대해선 대다수가 회의적이었다. “불체포특권을 폐지할 생각이었더라면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행정부가 입법부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을 때는 야당 의원들의 저항수단으로서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특권”이라며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처리도 요원한 상황인데 여야가 자신들의 특권 폐지를 논의할 동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명지대 신율 교수도 “‘방탄 국회’를 비판하는 국민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며 “논의하는 시늉만 하다 유야무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는 “불체포특권 폐지는 헌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당장 기초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과격한 처방”이라며 “체포동의안 처리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체포동의안을 기명 투표하는 것도 국회법 개정 문제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채연·이도형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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