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가능하단 어이없는 상상
그들이 주장하는 수개표 이미 시행
6·3대선 근거없는 음모론 멈추길
6·3 대통령선거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비상식적으로 촉발한 비상계엄 상황에서 상식적인 군인 등 국민이 있었기에 결국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대선이 치러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내란 혐의 재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경호처 비화폰 서버에서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기록이 삭제된 정황도 처음 확인됐다. 홍 전 차장 등이 계엄 상황 폭로를 이어가자 진실이 밝혀질 걸 염려해 원격 삭제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어제 경찰에 소환됐다. “계엄에 반대했다”던 이들이지만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폐쇄회로(CC)TV 등에서 진술과 다른 점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에 증거인멸이나 내란동조 혐의 수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마무리되고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비상계엄을 둘러싼 책임 추궁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12·3 비상계엄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겠지만 우린 계속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는 미국발 관세 전쟁, 몇 년째 이어지는 청년들의 취업 지옥,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하는 자영업자 폐업, 저출생과 지역소멸 위험지역 확대 등 전 세대, 전 지역에서 촉발한 여러 위기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총체적 난국이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행스러운 건 이번 선거에서 국민 10명 중 9명가량은 꼭 투표하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후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엊박자와 혼란상,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분열상으로 나라는 또다시 두 조각났다. 그간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비상계엄 관련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거나 ‘뽑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꼭 투표하겠다는 국민이 늘어난 건 고무적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지지 후보가 없거나 정하지 않은 부동층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이미 마음을 정한 국민이 상당수이지만 후보 단일화가 막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국면을 지난 후 조기대선이라 다음주 선거가 끝나면 바로 새 정부는 출범한다.
선거를 앞두고선 누구나 원치 않는 후보가 당선되는 걸 가장 걱정할 것이다.
여기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질 것으로 보이고,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도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 부정선거 의혹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떠돌고 있는 투표용지 접기 캠페인은 실소하게 한다. 이는 ‘자동 개표 시 부정한 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상 음모론에서 비롯했다.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투표용지를 여러 번 접어 기계가 아닌 손으로 개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난 총선에서도 있었던 주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 분류기가 1차 분류하고 개표사무원이 육안으로 2차 확인해 심사계수기로 검증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표는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21대 총선에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내용의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최근 윤 전 대통령이 웃으며 관람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헌재에서 비상계엄 배경으로 부정선거 등을 주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일로 파면됐는데도 아직 부정선거에 집착하고, 지지자들마저 음모론으로 몰아넣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달 사전투표·본투표, 개표 등 절차를 공개하는 시연회를 열었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부정선거 의혹을 불식하고, 선거관리시스템의 신뢰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특히 21대 총선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측이 근거로 제시한 ‘일장기 투표지’(관인이 뭉개져 찍힌 것)에 대해 “관인은 통상 인주가 필요없는데 이를 착각해 관인을 인주에 찍은 뒤 날인하면서 빚어진 실수”라고 설명했다. 6월 3일, 새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이번만큼은 부정선거 등 음모론만은 내려놨으면 한다. 그래야 새 정부가 건강하게 출범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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