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위협 대한 한·미 인식차 확대 문제
최근 미국 언론에 보도되었던 주한미군 일부 감축 검토설은 미 국방부에 의해 즉각 부인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주한미군의 역할이나 규모에 대한 변화는 곧 한·미동맹의 생명력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한미군의 규모는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1950년대부터 미국의 대외정책이나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또한 이제 미군의 해외주둔 역시 붙박이식의 고정주둔이 아니라 순환 배치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탄력적일 수 있다.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축소 자체가 아니고 이것이 어떠한 배경과 맥락에서 이루어지는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대규모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안보 환경이 호의적으로 변화하였을 때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1990년대 초반 냉전 구조의 해체를 고려하여 주한미군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군사력의 대폭 감축을 추진했던 ‘동아시아 안보구상(EASI·East Asian Strategic Initiative)’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지금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상황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두 번째는 미·중 전략 경쟁에 미국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구상을 고려한 조치일 경우이다. 중국을 겨냥해 군사력을 재배치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인근에 전력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 중국 견제에 더 효과적이고 중국의 타격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이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 현실에서 역내 차원의 재배치가, 더욱이 활용성 높은 한국 내 기지들을 활용하지 않으면서까지 미군을 감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의 규모 조정을 고려하고 있을 경우이다. 실제로 미국 언론도 이러한 검토가 “북한을 다루는 문제(dealing with North Korea)”의 일부로 이루어졌다는 미 국방 당국자들의 설명을 소개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한미군 규모 조정 이유 중에서도 최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카드로 주한미군 규모 조정을 검토했다면 이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전쟁 연습’, 그리고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자신들은 불가피하게 ‘자위적 혁명무력’과 ‘핵억지력’을 확보했을 뿐이라는 평양의 논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내에서 북한으로부터의 도발과 핵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오히려 북한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본다면, 동맹의 근간인 위협 인식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한·미 연합훈련, 위기 및 전시 미국의 증원, 그리고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그러한 발상이 지니는 위험성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더 근본적인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탈냉전시대 초반부터 미국은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를 원했지만, 우리는 수사적으로는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을 외치면서도 사고(思考)는 한반도에 고착되어 왔다. “만약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위협받으면 우리 군은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제거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모든 나라를 지켜주는 것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5월 24일 웨스트포인트 연설은 이제는 가치가 높은 동맹만을 보호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비용 분담, 확대된 지역 및 글로벌 역할 및 임무 등을 통해 동맹 체제 내에서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한미군 축소 우려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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