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측 파손 알고도 “자체 수습” 이유로 늑장 신고
주민들 “2년 전에도 폭발사고”… 오염 피해는 없어 12일 오전 경북 상주의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발생한 염산 누출사고는 관리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과 함께 공장 측의 늑장 대처 및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2년3개월 전에도 염산탱크 폭발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염산 누출사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12일 오전 11시10분쯤 경찰청 112상황실을 통해서였다. 상주소방서에는 이보다 앞선 오전 11시3분쯤 “공장에서 연기가 난다”는 주민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그러나 이 공장 직원 A씨는 “염산 탱크가 처음 파손돼 연기가 조금씩 나온 게 오전 7시30분쯤이었다”며 “누출된 염산이 공기 등과 반응해 염화수소로 바뀌면서 흰 가스가 생겼는데 오전 10시 이후부터 심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탱크가 파손된 사실을 알면서도 자체 수습을 이유로 주민이 신고하기 전까지 3시간30분이 넘게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고 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특히 이번 염산 누출사고는 혹한의 날씨로 인해 탱크와 배관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파손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공장 측의 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9월 가동이 중단된 뒤 주중에는 10명, 주말에는 2명이 탱크 외부 및 내부압력을 점검하고, 매일 일정량의 염산을 탱크에서 빼내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토요일에는 직원 2명이 탱크 외부를 점검하는 정도로 그쳤다고 공장 측은 전했다. 공장 측은 “웅진그룹의 어려운 자금 사정으로 회사 매각이 추진돼 왔다”며 “태양광 산업의 불황으로 매각 가능성이 낮아 위험물질인 염산을 계속 보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염산을 빼내는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 원인과 관리 소홀 여부, 은폐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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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사고 순간 12일 염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경북 상주시 청리면 마성리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염산이 공기 등과의 화학반응에 의해 기체 상태인 염화수소 가스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상주=연합뉴스 |
상주시는 사고가 나자 공장 주변 4개 마을의 주민 760명을 인근 용운중학교로 대피시킬 계획을 세웠으나 대기오염 측정 결과 마을이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날 오후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 그러나 지난해 구미 불산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기 전이어서 당국과 주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이 공장은 2010년 10월 23일에도 염산탱크 폭발사고가 나 직원 1명이 다치고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연기가 마공리로 날아와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마공리 마을회관에 대피했던 김원용(63)씨는 “처음 집에서 나와 보니 온 마을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옇게 됐다”며 “주민들끼리 ‘다 죽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로 무서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처음 사고를 신고한 김대호(57·상주시 청리면 마공리)씨는 “축사에 있는데 매콤한 안개가 공장에서부터 날아와 자욱해 깜짝 놀라 면사무소와 상주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상주=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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