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경기 연천 육군 28사단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김모 일병이 내무실에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했다. 국정조사 결과 선임병의 욕설과 질책 등에 대한 앙심으로 저지른 일로 드러났다. GP장을 비롯한 7명의 꽃다운 청년이 숨졌고, 부대원 2명이 중상을 입고 제대했다.
지난 7월에는 인천 강화도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김모 상병이 K-2 소총을 발사해 동료 해병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기수열외’와 내무 부조리 등 병영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가 지적됐다. 해병대사령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병영문화혁신 100일 작전’을 펼쳐 구타·가혹행위를 한 해병의 빨간 명찰을 회수하는 조치를 하기도 했다.
군내에서 자살, 교통사고, 항공사고, 추락사 등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06년 128명, 2007년 121명, 2008년 134명, 2009년 113명, 지난해 129명으로 집계됐다.
군내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자살사고는 1980년 391명에서 1985년 225명, 1990년에는 172명, 1995년 100명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근 10년 사이에도 매년 80명 안팎의 장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실정이다.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군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는 29건에 달했다. 군별로는 육군이 25건, 해군이 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오발사고, 자해 등을 제외한 22건이 총기를 이용한 자살이었다.
얼마 전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군 초급간부 자살자가 208명으로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 초급간부가 111명, 해군 68명, 공군 29명으로 집계됐다. 군을 이끌어갈 초급간부들의 자살이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군내 자살 등 사망사고와 의료체계 부실 등으로 인한 비전투 전력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4일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해안소초 총기사고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을 후송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응급차량. 세계일보 자료사진 |

군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인성검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 인성검사에서 중·상사 6만38명과 위관급 장교 2만9130명 등 총 8만9168명의 10.2%에 해당하는 9131명이 전문가 상담이나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상사 가운데 의사 진료가 필요한 ‘위험’ 판정을 받은 이는 3.4%(2021명)에 이르렀고,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관심’ 판정을 받은 중·상사도 7.7%(4609명)에 달했다.
위관급 장교의 경우도 ‘관심’ 판정군과 ‘위험’ 판정군 비율이 각각 5.6%(1610명), 3.1%(891명)로 나타났다. 부하들을 지휘통솔하고 유사시 전투 등 극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이들의 인성검사 결과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4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제대로 된 의료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군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지난 14일 2012∼2016년 의료체계 개선계획을 내놨다. 내년부터 5년간 약 4800억원을 들여 의료체계를 대수술한다는 게 골자다.
군의관 등 의료인력을 1600여명 늘리는 한편 2014년부터 상병 진급 시 18개 항목의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뇌수막염과 유행성 이하선염, 독감 백신을 전 장병에게 예방접종한다. 이 밖에도 기존 군의학연구소를 내년까지 국방의학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군 중증외상센터도 2013년까지 설립할 방침이다.
박문영 국방부 병영정책과장은 “비전투 전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인명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병영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인명 피해가 없었던 ‘아덴만 여명작전’처럼 완전 작전을 구현하는 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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